미국의 25% 관세 재가동, 유럽 CBAM 등 통상 장벽 현실화
국내 조강 생산 3.7% 감소⸱⸱⸱수요 침체, 가동률 위기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2025년 글로벌 철강 시장은 수요 정체에 공급 압박이 더해지며 국내 업계는 가혹한 한 해를 보냈다. 2일 세계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 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과 거의 동일한 17억4900만톤 수준이었다.
정체 국면에서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자국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조강 생산량을 9억6010만톤으로 전년 대비 4.4%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남는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며 수출량을 역대 최고치인 1억1902만톤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전 세계 철강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우는 동시에 국내 시장의 물량 잠식으로 이어졌다.
■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글로벌 통상 환경도 급변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 전략은 한국 철강 시장의 근간을 흔들었다. 작년 11월 국내 누적 조강 생산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특히 건설과 조선 등 주요 전방 산업이 줄줄이 침체에 빠지면서 철강재 수요 자체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은 국내 기업들의 마진을 최악으로 내몰았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업계는 방어적 통상 조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최대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예고하며 시장 질서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풀린 저가 재고와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 시도가 1년 내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은 '생산 원가 상승'과 '판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었다.
대외 통상 환경 역시 국내 철강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작년 3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재가동하고 광범위한 관세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대미 수출 마진은 급격히 축소됐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철강 교역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수출선을 다변화하거나 해외 현지 생산을 검토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또한 2026년 적용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작년 한 해 철강사들은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로 중심의 생산 체제를 가진 국내 기업들에게 저탄소 공정으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필수 원가 관리 항목이 됐다. 2025년은 탄소 원가 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기점이 된 셈이다.
■ 2026년 시장 재평가와 반등 시그널
이런 침체기를 지나온 철강 업종은 올 1월 들어 증시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21.2% 상승한 5224.36선을 기록한 가운데, 철강 및 금속 업종 전반에 대해서도 가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연초 30만5000원이었던 주가가 34만7500원으로 13.9% 상승했으며, 현대제철 또한 3만1250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작년 실적 악화 요인들이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과 함께 구조적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비철금속 분야의 고려아연은 30일 종가 188만4000원을 기록하며 연초 108만3000원 대비 74%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글로벌 귀금속 및 비철금속 가격 강세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문가들은 혹독했던 2025년이 국내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 주가 강세는 중국 정책 기대와 글로벌 커머디티 강세가 조성한 자금 유입 환경의 영향이 주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업스트림에 대한 투자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관련 수급이 대표주로 유입되는 경향이 철강 및 금속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가속화하는 국면"라고 밝혔다.
또한,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근업계 구조조정 움직임은 정부의 공급과잉 품목 구조조정 의지와 합치한다"며 "2025년 11월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라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이 제시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2025년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한 방어선을 구축한 해였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과 미국의 고율 관세는 업계에 실적 악화로 돌아왔으나, 동시에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및 현지화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철강사들의 올해 대응 전략과 수요 전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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