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2.0’ 선언한 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 속도전 예고···기업 반발 속 해법은?

백도현 기자 / 2025-06-12 22:12:17
정책 속도와 경제계 우려 사이 균형점 찾아야
기업들 “투기자본 개입 문 열어준다” 반발 vs 개미 “시장에 긍정적 신호, 주가 ‘불기둥’” 
그래픽=예결신문

이재명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법 개정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주권 보호 강화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내세운 이번 개정안은 ‘지배구조 2.0’을 표방하며 다소 급진적인 개편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기업 자율성 침해’와 ‘경영 리스크 증대’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 통과를 둘러싼 정·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절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 내용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주주’로 확장하는 조항이다. 이는 경영진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 이익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리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자사주 소각 명문화 등 다양한 제도 변화가 포함된다.

특히 정부는 이번 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지배구조 확립’이라며 대통령 공포 즉시 시행을 목표로 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기업들 “투기자본 개입 문 열어준다” 반발
그러나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을 사실상 ‘경영권 보호 장치 해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모호해지고 주주소송의 빌미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지배구조 담당 임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 선임부터 배임 소송까지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 결정이 어려워지고 장기전략 수립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또 자사주 소각 강제, 감사위 선출 제한, 집중투표제 등의 조항이 이미 외국과 비교해도 강도 높은 수준이며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 비해 실제 제도의 정합성과 기업 현실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 왜 지금 개정하나…정부 계산은?
이재명 정부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 없이는 기업가치 상승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불거진 대기업 물적분할, 합병 논란에서 나타난 소액주주 피해, 투명성 부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주요 논리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에는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관행’이라는 불신이 깔려 있고, 이를 타개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이익"이라며,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 반발 넘어서는 해법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향성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속도보다 정밀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조건적인 일괄 시행보다는 다음과 같은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일러스트=예결신문

■ 신뢰와 균형 사이에서
이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분명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기업 환경과 충돌할 경우, 그 선의가 제도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경제계의 우려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 입법을 강행하면 자본시장에 새로운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5000 시대의 청사진이 나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코스피 지수는 윤석열 탄핵 직전이 지난 4월 9일 2293.70에서 탄핵선고일인 11일 2432.72로 급등한 데 이어 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4일 2770.84로, 다시 오늘(12일) 2920.03으로 이른바 ‘불기둥’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 재계 전문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 없는 전쟁’이 아니라 제도적 정밀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라며 “상법 개정은 단순히 법 조항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신뢰 구조를 재설계하는 중대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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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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