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자 엑소더스?⸱⸱⸱대한상공회의소의 '자기기인(自欺欺人)'

백도현 기자 / 2026-02-09 23:17:45
'상속' 이해당사자들의 속보이는 공포마케팅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배포한 '자산가 해외 이주' 관련 보도자료가 국가 공식 통계와 17배에 달하는 괴리를 보이며 후폭풍이 거세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 백도현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배포한 '자산가 해외 이주' 관련 보도자료가 국가 공식 통계와 17배에 달하는 괴리를 보이며 후폭풍이 거세다. 

어제(8일) 국세청의 전수조사 결과 실제 이주 인원은 대한상의 발표치의 6%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수공인법인인 경제단체가 검증되지 않은 외부 자료를 자의적으로 가공해 여론 왜곡을 시도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자신도 믿지 못할 가설을 내세워 국민과 정책 결정권자를 속이려 한 '자기기인(自欺欺人)'의 전형이다. 

대한상의는 영국의 이민 컨설팅 업체인 헨리앤파트너스의 영업용 지라시를 인용해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 규모가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높은 상속세 부담이 자산가들의 탈한국을 부추기고 있다며 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곧바로 언론들은 줄기차게 이를 받아썼다. 정부를 공격하기에 너무나 좋은 소재였던 탓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재외동포청의 해외 이주 신고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사실관계는 전혀 달랐다. 최근 3년간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의 연평균 해외 이주 인원은 139명에 그쳤다. 대한상의가 제시한 2400명과는 큰 차이다. 자산가들의 1인당 평균 보유 재산 역시 2022년 97억원에서 2024년 46억5000만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더구나 '상속세' 때문에 떠난다는 논리 역시 말이 되질 않았다. 국세청 분석에 따르면 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중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해외 이주자 평균인 39%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다. 1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구간에서도 상속세 없는 국가를 선택한 비율은 36%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자산가들이 세금보다는 교육, 의료, 주거 환경 등 정주 여건을 고려해 이주지를 결정한 셈이다.

그런데 요 며칠 가짜 뉴스들은 곧 삭제됐지만 작년 10월 이 지라시를 최초 보도한 중앙일보의 기사는 버젓이 살아 있다. 필자는 해당 기사가 한국의 상속세를 집중 비판했다는 점에서 대한상의가 이 논리를 베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구글 캡처

대한상의의 구성원은 가업 승계의 사활이 걸린 이해당사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상속세 감세 논의를 재점화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그 절박함이 불러온 '공포 마케팅'의 결과였다. 

사익 위해 통계 오염시킨 특수공익법인의 신뢰도 추락
자신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를 배포한 행태는 결국 스스로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상의의 이 같은 행위를 강력히 질타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대한상의의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대한상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의 태도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과 관련해 직접적인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마치 남의 일인 듯 사무국을 향해서만 "책임 있는 기관인 만큼 데이터를 보다 면밀히 챙겼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적했을 뿐이다. 

한국의 상속세, 사실은?
한국의 자산가와 기업가는 물론, 국민 대부분이 오해하는 사실이 있다. 한국의 상속세는 정말 많은 것일까?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정면 반박한다. 정 교수는 한겨레신문에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자산가가 10억원을 상속할 때 예상되는 세액은 '0원'"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공제, 일괄 공제, 가업 상속 공제 등 다양한 공제가 적용된 덕분이다. 

이 제도로 대다수 상속 자산은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결과 지난해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약 5.9%에 불과했다. 즉 100명 중 상속세를 부담한 사람은 채 6명이 되질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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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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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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