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 기자] 세종시의 2026년도 세출 예산안은 '현재 유지'를 위해 미래의 투자를 희생한 전형적인 저성장형 구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예결신문이 시 예산안의 세부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비와 인건비 등 한 번 편성하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경비는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도로·교통·지역 개발 등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투자성 사업 예산은 유례없는 규모로 삭감됐다.
이는 재정 기초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시가 장기적인 도시 발전 전략을 추진하기보다 당장의 법정 의무 지출과 부채 상환에 급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복지 및 행정 비용 등 경상 지출 비대화와 재정 경직성 심화
2026년도 시 세출 구조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경상 지출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전체 세출 중 인건비, 물건비, 경상이전 등을 포함한 경상 지출 규모는 1조4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특히 사회보장적 수혜금이 312억원이나 증가하며 전체 지출 확대를 주도했다. 이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사회복지시설 운영 지원 등 인구 구조 변화와 도시 성숙에 따른 의무적 지출이 시 재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차하철 위원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경상 지출 확대가 가져올 재정의 질적 저하를 구체적인 수치로 경고했다. 그는 "2026년도 세출 예산은 사회보장적 수혜금과 인건비 등 반복적·구조적 지출 증가로 인해 경상 지출이 전년 대비 6.2% 늘어난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자치단체 등 이전 경비가 증가한 것은 부서가 직접 집행하던 사업들이 공공기관이나 재단을 통한 위탁 방식으로 이동하며 고정적인 운영비 부담을 키운 결과"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경직성 경비의 비대화는 향후 시가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거나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극도로 제한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 도시 인프라 및 지역 개발 예산 삭감⸱⸱⸱성장판 폐쇄?
경상 지출이 증가하자 투자성 사업이 그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도시의 성장판이라 할 수 있는 자본 지출(시설비, 자산 취득비 등)은 2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6억원(14.2%)이 급감했다. 기능별로 살펴보면 국토 및 지역 개발 분야가 324억원(19.0%)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농림해양수산(-15.9%)과 환경(-4.4%) 분야 역시 대규모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시가 신규 도로 건설, 산업단지 조성, 기반 시설 확충 등 도시 자족 기능을 강화할 인프라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종시의회 정례회 제5차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안신일 위원은 이러한 투자 위축이 가져올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도시가 지속 가능하려면 적기에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세종시의 예산안은 미래를 위한 씨앗을 깎아 당장의 살림살이를 메우는 형국"이라며 "국토 및 지역 개발 예산이 20% 가까이 줄어들면 지역 건설 경기 침체는 물론,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환경 개선 속도가 현저히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기초체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투자를 아예 포기하면 결국 세종시의 동력이 멈추게 될 것"이라며 "시설비 및 부대비가 130억원이나 감소한 것은 향후 도시 유지 보수 비용의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내부 거래 폭증과 채무 상환의 부메랑
세출 예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공공행정 분야의 폭발적인 증가세(51.0%)다. 이는 행정 조직의 운영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과거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에서 빌려온 돈을 갚는 '예수금 원리금 상환' 지출이 이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2026년 내부 거래 지출은 37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했는데, 이는 과거의 부채가 현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여미전 예결특위 위원장은 이러한 재정 구조의 악순환을 지적하며 사업의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시의회 정례회 제11차 예결위에서 "예수금 원리금 상환액이 626억원이나 급증하면서 실질적인 민생 사업에 투입되어야 할 가용 재원이 잠식되고 있다"며 "시는 이응패스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효과성이 불분명한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빚을 내서 예산 총액을 맞추고, 그 빚을 갚느라 정작 필요한 투자를 포기하는 지금의 방식은 재정 운영의 파산을 앞당길 뿐"이라며 "시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선심성 사업보다는 기초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효율적 지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출처
• 2026년도 세종시 예산안(본예산) 및 기능별 세출총괄표
• 시의회 예결위 '2026년도 세종특별자치시 예산안 검토보고서'
• 시의회, '제102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제5차, 제11차)'
• 2026년도 본예산 일반회계 세입·세출 예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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