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병원 경영 위기 방치, 예산 삭감⸱⸱⸱"보건 의료 공공성 강화 시급"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지 후폭풍⸱⸱⸱돌봄 공공성 포기에 대한 의회 성토 이어져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입으로는 화려하게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면서 정작 가장 아프고 힘든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인 공공의료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수익성이라는 차가운 잣대로 공공병원을 난도질하는 것이 과연 오세훈 시장님이 말하는 동행입니까?"
2024년 서울시 결산 심사에서 복지 및 보건 분야의 화두는 단연 '공공성의 후퇴'였다.
21일 예결신문이 지난 6월 공개된 서울시 2024년 결산⸱시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시가 성인지 예산을 통해 여성과 약자의 수요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에서 일부 성과를 거둔 것은 긍정적이었으나,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료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뼈아픈 자성이 이어졌다.
특히 이병도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2)은 5분 자유발언과 시정질의를 통해 서울시 공공의료 정책의 민낯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현재 서울시의 행정이 '공공의료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 "서울시 공공의료, 엔데믹 이후 길을 잃다"
이 의원은 이번 결산 심사에서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들이 처한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시립병원들은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일반 환자를 모두 내보내고 오직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의 상황은 토사구팽에 가까웠다. 이 의원은 "병원을 비웠던 기간 동안 끊겨버린 환자들의 발길은 돌아오지 않고 있고, 병원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 서울시는 이들에게 회복할 시간과 합당한 지원을 주는 대신, '경영 효율화'와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2024년 결산 결과, 시 산하 공공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격무와 고용 불안에 시달린 의료진의 이탈은 가속화됐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수익성을 기준으로 공공병원을 평가하고 예산을 줄인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이자 실책"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오세훈 시장은 훗날 '서울시 공공의료를 후퇴시킨 시장', '역대 최악의 공공의료 파괴자'라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공공병원에 수익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마치 소방서더러 불을 많이 꺼서 돈을 벌어오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궤변"이라며 공공성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시의 태도를 꼬집었다.
■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지⸱⸱⸱돌봄의 국가 책임 포기
2024년은 공적 돌봄의 최후의 보루였던 '서울사회서비스원'이 예산 삭감 끝에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해이기도 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코로나19 시기 확진자들을 돌보던 의료진이 감염되면서까지 시민 돌봄의 책무를 끝까지 놓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의회의 성토도 뜨거웠다. 이 의원은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지로 인해 중증 장애인, 와상 노인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돌봄이 절실한 시민들이 갈 곳을 잃고 다시 민간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었다"며 "공적 돌봄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서울시가 '약자 동행'을 포기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산 심사에서도 사회서비스원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과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대체 예산의 비효율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시의회는 "공공기관을 없애면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유지 비용보다 크다"며 졸속 폐지의 후폭풍을 지적했다.
■ 성인지 결산: 여성, '안전' 위해 돈 더 썼다
한편, '2024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의 팍팍한 현실이 데이터로 적나라하게 증명됐다. 시 대표 청년 정책인 '청년 월세 및 보증금 지원' 사업의 수혜자 중 여성 비율이 약 60%를 차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여성에게 지원된 주거비가 남성보다 약 1.5배 많았다.
시는 결산서 자체 평가를 통해 이 현상의 원인을 인정했다. 시는 "여성 청년들은 방범, CCTV, 치안, 역세권 등 주거 안전이 보장된 곳을 찾느라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주거비(보증금 및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즉, 여성이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적인 '안전 비용'을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해 시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 데이터는 단순한 주거비 지원을 넘어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대한 치안 인프라 확충과 안심 귀가 서비스 등 구조적 안전망 예산이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향후 예산 편성 시 '안전 인프라' 확충에 비중을 둘 것을 주문했다.
■ 약자 동행의 명암⸱⸱⸱기술은 '진보', 철학은 '퇴보'
물론 성과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오 시장이 강조해 온 '스마트 복지'는 일부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시민건강국이 추진한 '치매 어르신 위치 기반 안전 서비스' 사업은 배회 감지기(GPS) 보급을 통해 치매 노인의 실종을 예방하고 주 돌봄 제공자인 여성(배우자, 딸, 며느리)들의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덜어준 점은 유의미한 성과로 기록됐다. 또한 '손목닥터 9988'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도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 의원의 지적처럼, 이러한 개별 사업의 미시적 성과가 공공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거대한 파도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술을 활용한 돌봄 보조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그것이 병원을 대체하거나 의사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서울시의 복지·보건 결산은 청년 주거 안전이나 치매 돌봄 같은 개별 정책에서는 성인지적 관점과 기술이 작동했으나, 공공병원 지원과 같은 거시적인 의료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절반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 의원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행정의 제1원칙이자 존재 이유"라며 "돈이 안 된다고 병원 문을 닫게 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출처
• 서울시 2024회계연도 결산 승인안
• 성인지 결산서
• 서울시의회 회의록 및 시정질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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