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6년 예산 분석 上] '51조 시대'의 재정적 착시⸱⸱⸱빚 없는 건전 예산의 이면은?

김지수 기자 / 2026-01-02 16:16:41
역대 최대 51.5조 편성 '지방채 제로' 강조⸱⸱⸱실상은 기금 활용한 장부상 수치 관리
이전재원 급감 및 세수 결손에도 지출 7% 확대 강행⸱⸱⸱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1조 대 전용
시의회 "비상금으로 본예산 땜질하는 구조⸱⸱⸱미래 위기 대응력 상실 우려"
서울시가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7.0%(3조3915억원) 증액한 51조5060억원으로 편성하며 '건전 재정'의 기틀을 지켰다고 자평했으나 그 이면에는 재정적 기초체력을 소모하는 '내부 거래'의 실상이 나타났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7.0%(3조3915억원) 증액한 51조5060억원으로 편성했다. 시 역사상 최초의 '50조 시대' 개막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예산안을 통해 '안정된 삶의 기반을 위한 동행서울', '안심하고 누리는 일상을 위한 안전서울', '활력과 성장을 담은 매력서울'이라는 3대 시정 기조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시는 국세 수입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 '건전 재정'의 기틀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건전성'과 '확장성'이라는 모순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2일 예결신문이 분석한 <2026년도 서울특별시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무부채'의 이면에는 재정적 기초체력을 소모하는 '내부 거래'의 실상이 나타났다.

■ 세수 결손과 교부세 삭감의 이중고⸱⸱⸱지출 규모는 오히려 '역주행'
내년도 시 재정 여건은 최근 10년 중 가장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시 세입의 중추인 지방세 수입은 부동산 거래 정체와 공시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했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주요 세목에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세수 결손 여파로 인해 시에 배정되는 지방교부세 등 이전재원은 전년 대비 약 59.6%(554억원)나 삭감되는 등 세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입이 줄어들면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거나, 불가피할 경우 외부에서 차입(지방채 발행)해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 재정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시는 지출 규모를 역대 최대인 51.5조원으로 공격적으로 늘리면서도 지방채는 발행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렇다면 줄어든 수입을 메우고 늘어난 지출을 감당할 막대한 재원은 어디서 조달한 것일까.

■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역설…미래 세대 안전판 당겨 쓰나
그 해답은 예산서상의 '보전수입 및 내부거래' 항목에 명확히 드러난다. 시는 일반회계의 재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각종 특별회계의 잉여 재원을 일반회계로 대거 전입시켰다. 예산안 총괄표를 분석해 보면, 내부거래(예수금) 규모가 전년 대비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은 아니지만, 재정 회계상 시 내부적으로는 엄연히 갚아야 할 '내부 부채' 성격을 띤다. 기금 전입금은 당장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재원 조달 수단으로 보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을 현재의 지출로 치환한 것에 불과하다.

마치 월급이 줄어들자 미래를 위해 들어둔 적금을 깨서 생활비로 쓰면서 "나는 외부 빚이 없으니 건전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자료=서울시

■ 재정 위기 대응력 훼손 우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 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시의 재정 운용 방식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대규모 재난이나 재난복구, 지역경제 상황의 현저한 악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세입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본예산 재원 충당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재정의 유연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기 상황에서 서울시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지적은 시가 내세우는 '건전 재정'이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아닌, 장부상의 수치 관리인 '분식 행정'에 치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의 자연 증가분과 기후동행카드 등 대규모 경직성 경비가 늘어나는 구조에서 비상금을 헐어 쓰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시 재정의 버팀목인 기금 곳간은 서서히 비어가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미래의 안전판을 소모하는 행위는 결국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이나 공공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 관계자는 "세입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민생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운용이 불가피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재정 운영의 원칙인 '세대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 시가 '역대 최대 예산'이라는 타이틀에 매몰돼 재정의 내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에 대해 냉철하게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2026년도 서울특별시 예산안 총계 및 일반회계
• 예산안 검토보고서 '이전수입'
• 예결특위 '전문위원 검토보고 요지' 및 '종합 검토의견'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지수 기자

김지수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