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괴리된 기업대출 급증···국가 성장잠재력 훼손 우려

신하연 기자 / 2026-06-12 17:06:17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 110.6% 돌파···글로벌 평균 크게 상회
건설·부동산업 및 중소기업 주도로 대출 급증···자원배분 비효율성 악화
모험자본 특화 평가시스템 구축 및 민간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 유도 필요
과거 10년(2015~24년) 동안 국내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했으나 정작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과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국가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과거 10년(2015~24년) 동안 국내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했으나 정작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과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국가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주요국들이 긴축을 통해 부채를 축소해 온 것과 달리, 한국은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속에서도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례적인 특성을 보였다.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기업대출과 생산적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레버리지를 동원한 기업들의 자금 활용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저부가가치 업종인 부동산 부문에 쏠리면서 국내 산업 전반의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대출…생산성 낮은 부동산과 중소기업이 주도
국내 비금융부문 기업대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가까이 증가하며 2015년말 866조9000억원에서 2024년말 1781조7000억원으로 2.1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10.6%에 달해 글로벌 평균(89.5%)을 20%p 이상 상회했다.

문제는 이러한 양적 성장을 주도한 축이 생산성이 높은 첨단 제조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건설·부동산업과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산업군별 대출 비중을 보면 제조업은 2015년 37.0%에서 2024년 27.1%로 가파르게 하락한 반면, 건설·부동산업은 22.7%에서 32.4%로 10%p 가까이 급증하며 전체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기업규모별로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57.5%에서 63.2%로 상승해 처음으로 1000조원대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대출액 1원당 부가가치 창출액은 1998년 3.54원에서 2024년 1.67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이는 대출 생산성이 제조업(1.52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부동산업(0.53원)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 원인이다.

미시 재무 데이터의 경고…중소기업 중심으로 '생산활동 외' 부동산자산 편중 심화
외감기업의 미시 재무제표를 분해해 개별기업 차원의 부채와 자산 형성 관계를 분석한 결과 부실 위험과 자원 왜곡 징후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든 산업군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부 차입금을 영업 효율화나 유형자산 투자에 쓰기보다 생산활동과 연관성이 낮은 부동산자산(토지·건물) 형성에 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권의 경우 대기업은 장기성 차입 위주로 유형자산을 늘리며 양호한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했으나 제조 중소기업들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24년 기준 21.0%로 대기업의 2배 수준)하며 부채의 질이 악화됐다.

서비스업권 역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자산 편중이 가속화, 2024년 기준 중소기업의 총자산 대비 부동산자산 비중이 51.8%를 기록해 대기업(17.0%)의 3배를 웃돌았다. 이는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취약한 신용도를 보완하기 위해 담보 자산을 확보하거나 투자(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적극 매입했음을 의미한다. 

전 산업군 최적 효율성 괴리도 악화…건설·부동산업 비효율성 '압도적'
Hsieh-Klenow 모형 등을 통해 자원배분이 최적 상태(모든 자원의 한계생산성이 동일한 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추정해 본 결과 팬데믹 이후 국내 산업의 자원배분 비효율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10년 평균 기준 최적 배분 상태와의 괴리도(자원배분 비효율성)는 건설·부동산업군(-0.979)이 가장 심각했고 제조업군(-0.442), 서비스업군(-0.356)이 뒤를 이었다. 

출처: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보고서 데이터 기반 재구성

특히 2019년 팬데믹 위기 발발 이후 2024년까지 건설·부동산업군은 -27.7%p라는 기록적인 효율성 추락을 경험했다. 2024년 기준 한계수익생산성 전체 평균도 제조업이 0.78인 반면, 서비스업은 0.24, 건설·부동산업은 0.13에 그쳐 자금 배분의 왜곡이 심각했다.

요소별 분산 분해를 보면 이 같은 비효율성의 60~80%가 중소기업 그룹에서 유발되고 있어 한정된 국가 금융 자원이 한계기업의 연명이나 생산성 낮은 부동산 부문에 갇혀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정책 패러다임 전환 절실…"담보 위주 관행 깨고 혁신 성장 유도해야"
이 분석 결과는 자금을 단순히 양적으로 공급하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은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금융의 자금중개기능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먼저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권의 혁신기업 대출·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RW) 하향 조정 등 규제 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현재 기업 대출 및 지분투자의 RW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최대 7.5~20배에 달해 금융권의 자발적 자금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초기 투자처 선정에 필요한 모험자본 특화 기업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M&A 시장을 적극 활용해 민간 자본시장 중심의 체질 개선과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엄정한 사업성 심사가 결여된 금융 지원은 기존 한계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전락해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건전성 위주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에서 탈피해 미래 상환능력과 부가가치 중심의 신용정책 정착만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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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자체 예산 결산 등의 재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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