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본격화···⓵한국 자동차산업 영향 톺아보기

백도현 기자 / 2025-03-17 15:24:59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0% 관세 부과시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19조원이나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현대차)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며 국내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철강, 알루미늄 등 개별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취임 직후부터 적극적인 관세정책을 펼치고 있다. 

수익성 저하 불가피
관세 부과 확정 시 관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마진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특히 KB증권은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10%, 멕시코산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는 연간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산에도 25% 관세가 붙으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축소 규모는 총 19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내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제품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촉발과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해외 생산시설 의존도가 높은 자국 업체의 피해 우려 등을 감안하면 관세가 시행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주요 교역국들이 단기간 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트럼프 정권의 잦은 관세 위협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과 기존 정책의 취소 가능성 등으로 미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정책 방향 및 시행 여부 등을 관망하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산업 현황···절반은 수입의존, 관세부과 시 업계 실적저하 및 수요둔화 우려
미국 완성차시장은 중국에 이어 단일국가 중 두번째로 큰 시장(연간 약 1650만대)이다. 소득수준과 대형 차종 선호도가 높아 차량 판매가격이 다른 지역을 상회하는 만큼,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자동차 업체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에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각국의 완성차업체가 판매량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다만, 풍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 및 건설비로 인해 미국 내 판매 차량 중 상당수는 수입에 의존한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수입차량은 총 802만대로, 대표적인 수입처는 멕시코, 캐나다, 한국, 일본, 독일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 수출에 용이한 지리적 이점과 바이든 행정부의 Friend-Shoring1 정책에 따라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생산기지가 구축돼 있다. 

멕시코는 2024년 전체 수출량 348만대 중 약 80%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캐나다 또한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약 85%를 미국에 수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 10.4%를 차지했으며 여기에 한국GM 수출 물량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과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의 차량 수입 순위 2위(점유율 19.1%)러 성장했다.

미국 내 판매량 대비 생산 비중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미국 판매 1,2위 업체인 GM과 토요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가 역외 수입물량에 30~50% 정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미국의 차량 수입구조 및 수입국 분포를 감안할 때,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부과와 자동차 추가 관세는 특정 업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완성차업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후방산업인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재료에 대한 관세 부과도 차량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내 생산 규모만으로 자국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만큼, 역외지역에 대한 관세 부과가 늘어날수록 현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거론되는 높은 관세율을 감안할 때 소비자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이로 인한 수요 위축도 우려된다.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 영향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기아는 총매출의 40% 이상이 북미 시장에서 발생하고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부과 시 실적 저하는 불가피하다. 작년 기준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71만대로, 현대차는 약 90만대 중 60만대를 국내에서, 30만대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했으며 기아는 80만대 중 국내 생산 38만대, 미국 생산 27만대, 멕시코 생산 15만대다. 

이미 관세위험이 현실화된 멕시코와 향후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은 국내 생산분을 합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판매 차량 중 3분의 2는 관세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까지 높은 관세율이 발표된 멕시코, 캐나다의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한미 FTA 협상으로 양국 간 자동차 세율이 0%이므로 상호관세 부과 시에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은 경쟁업체 대비 우호적인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대한 관세 부과 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여지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3월 4일부터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개시한다고 했으나 미국 빅3(GM, 포드, 스텔란티스) 자동차업체의 요청을 수용, 자동차 관세 부과를 재차 연기했다. 

멕시코 및 캐나다 지역의 업체별 미국수출 현황을 보면, 미국 내 판매 상위권 업체는 평균적으로 판매량 중 약 30%를 해당 지역에서 가져오고 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수입 비중도 각각 32%, 21%, 36%에 해당하므로 관세부과 시 미국업체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멕시코 기아공장에서 K3, K4, 투싼 등 일부모델만 수입(2024년 약 16.7만대)하고 있어 멕시코, 캐나다 관세부과의 영향은 오히려 작은 편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해 작년 준공한 메타플랜트 공장의 생산역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메타플랜트는 당초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발표되었으나, 전기차 캐즘 및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 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량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하이브리드차량 판매성장률은 36.8%로 전기차의 성장률(5.1%)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선호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판매량을 제고할 계획이다.

기존 공장에서 생산가능한 물량은 약 71만대 수준이나, 메타플랜트의 생산능력과 향후 확장까지 감안하면 생산물량을 최대 121만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작년 미국시장 판매량의 70%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노사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국내 주요 부품사 영향
한신평은 전방산업 협상력이 약한 부품사의 경우 완성차업체의 관세부담 전가 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봤다. 최근 제품믹스 개선에 힘입어 수익성이 우수한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부품업체는 영업이익률이 5% 미만에 불과해 관세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그 근거다.

부품사는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 외형 확대, 운반비 절약 등을 위해 완성차업체와 해외에 동반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25%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멕시코, 캐나다 지역에 소재한 국내 부품사 종속기업의 작년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규모는 약 6조원으로, 총매출액의 6.5%에 해당한다. 이 중 한온시스템과 현대위아는 해당 지역 매출 비중이 약 10%를 차지, 위험노출도가 높다. 

현재 한온시스템은 유압제어장치 자회사와 열관리사업 자회사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모두 진출해 있다. 게다가 올해 가동을 목표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전기차 주요 부품인 전동 컴프레서공장을 짓고 있어 해당 지역의 중요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 부담과 미국의 친환경정책 후퇴를 고려하면 당분간 기대했던 투자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위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중소형 엔진 및 등속조인트를 생산해 북미지역 현대차·기아 공장에 납품 중이다. 올해에는 중소형 엔진 생산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시설을 도입할 계획으로, 단기적으로는 단산에 따른 외형 축소와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다만, 미국시장의 하이브리드차량 선호 추세와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브리드 부품 가격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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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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