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한국 수출 데이터 '역대 최고치' 경신 속 안정적 실적 흐름 전망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를 포함한 다양한 부품들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업계 전반으로 장기공급계약(LTA)이 확산하는 가운데 가격 인상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증가에 따른 IT 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7일 IT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 투자 확대로 인한 수혜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기판 제조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우려로 인한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다.
AI 서버발 수급 압박, 범용 MLCC 시장까지 강타
전자장비 및 부품 업종에서는 MLCC 가격 인상 주기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업계 선두 주자인 삼성전기는 올해 6월부터 일부 IT용 MLCC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AI 서버용 수요 급증이 일반 전자제품용 MLCC 시장의 수급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낮던 제품군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실제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블랙웰(Blackwell)'은 반도체 묶음당 35만개 수준이던 MLCC 탑재량이 차기 플랫폼인 '루빈(Rubin)'으로 갈수록 약 55만개까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일부 IT용 MLCC의 시장 도매가격은 최근 3~4배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AI 시장의 흐름은 과거 업황 회복이 가속화됐던 2018년과 유사하다"며 "글로벌 대형 업체들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재배치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일반 제품군의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집었다.
주요 기판 업체들 역시 고성능 패키지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조 단위의 대규모 공장 설비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신규 기판 공장 증설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오스트리아의 AT&S도 주요 고객사인 AMD 등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최대 2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공식화했다. 향후 글로벌 IT 기업들의 장기공급계약 체결이 구체화될수록 추가 증설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만·한국 수출 데이터, AI 주도 확고한 우상향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인 대만과 한국의 최신 정보기술(IT) 지표 역시 업황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5월 대만 테크 업체들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AI 수요에 힘입어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다.
대만 메모리 업체 나냐(Nanya)는 제품 가격 인상 효과로 전년 대비 730.1%라는 성장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 AI 서버 부품 공급망 내의 주요 부품사인 GCE의 월 매출도 네트워크 및 주문형반도체(ASIC)용 고다층 회로기판(MLB)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약 90% 폭증했다.
한국의 5월 수출 데이터에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NAND)의 독주 체제가 확인됐다. D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9.1% 증가한 114.3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단가가 지난 1월 대비 118.3% 수직 상승한 결과다. 낸드 역시 고용량 기업용 저장장치(SSD) 수요 강세로 5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8.5% 늘어난 39.7억 달러를 기록,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의지를 입증했다.
기판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루빈 시리즈 양산이 6월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동박적층판(CCL)의 월환산 수출액이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특히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이수페타시스의 경우 대구 달성군 생산지 기준 기판 수출단가가 전분기 대비 약 10% 상승한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다.
공급 병목 속 대형주 중심의 실적 방어력 집중
반도체와 장비 업종의 경우 최근 엔비디아의 반도체 탑재량 축소 이슈나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우려로 단기적인 주가 조정을 겪었으나, 이는 공급 부족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D램과 HBM뿐만 아니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영역까지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메모리 분야의 공급 병목 현상은 그만큼 전방 수요가 확고하다는 점에서다.
향후 주목해야 할 글로벌 테크 일정으로는 ▲6월 24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및 향후 전망치 공개 ▲같은 날 퀄컴의 투자자 설명회 내 데이터센터 사업 계획 발표 ▲7월 중국 CXMT 상장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 관련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부각될 수 있으나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와 유례없는 공급 부족 상황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부품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감안할 때 실제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아 가격 부담이 적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는 대형주들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실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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