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 김용대 위원] 국내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렸던 이마트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분위기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배 수준까지 떨어지며 기업가치가 ‘헐값’에 평가받는 처지여서다.
실적 변동성, 자산 효율성 저하, 온라인 사업의 적자 지속, 배당과 소통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 신뢰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순한 업황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올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연결 매출은 7조390억원에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이익 216억원은 증권가 컨센서스를 30% 이상 하회했다. ‘흑자 전환’이라는 표면적 성과 뒤에는 수익성 둔화와 사업 구조의 불안정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온라인 부문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상반기에도 적자 폭이 확대돼 그룹 전체 수익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자산 구조도 시장 평가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IFRS16 회계기준 적용 이후 대형 점포의 리스 자산이 대거 장부에 반영되면서 이마트의 장부 자산 규모는 급증했다. 그러나 자산 대비 이익률(ROA)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정체 상태다.
시장은 ‘덩치만 큰 비효율적 조직’으로 보고 멀티플을 낮게 적용한다. PBR 0.2배라는 수치는 투자자들이 이마트의 자산 1만원을 2000원 가치로밖에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주주환원 정책과 투자자 소통(IR) 역시 시장 신뢰 회복에 실패하고 있다. 이마트는 2025~27년 별도 영업이익의 20% 배당과 연간 28만 주 소각을 약속했으나, 이는 경쟁사 대비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와 SK그룹 등이 고배당·대규모 소각으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중장기 온라인 구조조정 로드맵이나 자산 효율화 계획에 대한 경영진의 구체적 설명도 부족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진이 스스로 확신이 없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주가 하락의 또 다른 배경은 이익의 불안정성이다. 이마트는 2024년 대규모 적자를 낸 뒤 2025년 들어 흑자 전환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익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안정적으로 개선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런 불확실성은 자연스럽게 PBR, PER 등 멀티플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이마트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을 온라인 적자와 오프라인 자산 구조에서 찾는다. 여기에 소극적인 배당 정책, 미흡한 IR,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적 성장 스토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는 숫자와 스토리 양쪽에서 모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온라인 적자와 자산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주가 정상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는 “최근 몇 년간 경영진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고 시장과의 신뢰 관계가 무너진 상태”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배구조와 경영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이마트가 다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중심의 대응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온라인 사업 구조개편, 자산 효율화, 주주환원 강화, 경영 투명성 제고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마트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어 다시 상기시킨다. 올 4월 대선 선거전 당시 이재명 후보의 일침이다.
“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시장의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 이 후보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PBR이 0.1배, 0.2배인 회사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든지 해서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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