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부산시는 2025년 본예산 기준 교통·물류 1조1401억원, 국토·지역개발 4248억원을 편성했다. 통합회계 총량은 18조0164억원이며, 이달 의회 예결특위가 제3회 추경 18조6989억원을 수정 의결했다.
숫자는 커졌지만 현장의 시간표는 느리다. 도시철도·도로·항만 사업 다수에서 설계변경·토지보상·입찰 유찰·인허가 보완이 겹치며 계약 직전 '병목'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부산 SOC의 구조적 문제는 속도와 순서다. 19일 부산시 재정공시에 따르면 시는 교통·물류와 국토·지역개발에만 1조5649억원을 배정했지만, 집행 구간에서 결정→계약→착공으로 이어지는 체인이 자주 끊긴다.
특히 ▲설계변경이 반복되며 공사범위·단가가 흔들리고 ▲토지보상 협의가 지연돼 착공이 뒤로 밀리며 ▲입찰 유찰·재공고가 누적되고 ▲교통·환경·문화재 등 인허가 보완 요구가 추가되면서 연내 집행 여력 자체가 줄어든다. 결국 하반기 몰아치기와 연말 계약 급증이 재현되고 이·불용이 늘며 성과는 희석된다.
구체 사례는 뚜렷하다.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은 1차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며 재공고로 전환됐고 참여 저변을 넓히기 위해 실적 기준을 완화했다. 사업의 당초 일정이 미뤄진 대표적 케이스다.
항만 측면에선 항만시설공사 실시계획 변경 승인 고시가 이어졌는데 설계·공법 변경은 대개 재협의·보완을 수반해 계약·착공 시점을 늦춘다. 시 본청과 산하기관·관계기관(부산항만공사·부산항건설사무소 등) 간 사업 연동도 변수다. 한 축의 보완·승인 지연이 다른 축의 착공 지연으로 번지는 도미노가 발생한다.
숫자 자체는 전향적이다. 통합회계 18조164억원(일반 13조3198억·특별 3조3633억·기금 1조3333억)으로 총량을 확보했고 의회는 제3회 추경을 통해 민생·안전·미래투자 항목을 추가로 열어줬다. 문제는 총액이 ‘계약·지급’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되느냐다.
시의 예산집행현황 대시보드는 분야별 예산현액·집행누계·집행률을 일 단위로 공개하지만, 지연사유 코드(설계·보상·조달·인허가·민원/소송 등)와 리드타임(접수→계약·계약→착공·착공→검수)은 미공개 구간이 많다. 이 상태에선 외부 감시가 ‘비율’만 보고 ‘원인’은 놓치기 쉽다.
비판은 두 가지로 모인다. 첫째, 조달의 유연성 부족이다. 규격·실적 기준이 좁게 설계될수록 유찰 위험이 커지고 재공고 간격(보통 2~4주)만큼 기회비용이 누적된다. 하단~녹산선의 실적 기준 완화는 뒤늦게 이뤄졌지만, 초기 설계부터 경쟁구조를 넓혔다면 유찰 가능성은 줄었을 것이다.
둘째, 인허가 절차의 분절성이다. 항만·도로·철도는 환경·교통·문화재 영향평가와 주민 협의가 얽혀 있고 보완 요구가 반복되면 ‘계약 직전’에서 시간의 충격이 집중된다.
반면 긍정적인 지점도 분명하다. 시는 일일 집행현황을 공개하고 추경으로 현안 대응의 여지를 넓혔다. 일부 발주기관은 재공고 패스트트랙과 사전설명회 확대 등 실무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한 인프라 조달·도시철도 정책 전문가는 “부산 SOC는 리드타임 공개가 해법이다. 예산현액·집행률 옆에 ‘결정→계약→착공’ 평균 일수와 지연사유 코드를 붙이면 병목이 어디서 생기는지 즉시 보인다"며 "하단~녹산선처럼 유찰·재공고가 발생한 사업은 초기 규격 설계부터 경쟁을 넓히고 인허가 보완은 일괄협의+기준표준화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월간 ‘지연사유 코드’ 공개 의무화: 분야·세부사업별로 설계·보상·조달·인허가·민원/소송 건수·평균 지연일수를 CSV로 공개 ▲재공고 패스트트랙: 유찰 시 T+15일 내 재공고·사전설명회 의무화, 규격·실적 기준 완화 로드맵 사전 공시 ▲인허가 원스톱 보완: 항만·도로·철도 공동 영향평가 일괄협의 도입, 보완요구 1회 통합 통지 ▲중간 재배분 트리거: 9월 기준 집행률 하위 20% 사업은 사업변경·재배분 자동 심사 ▲도달률 지표 병기: ‘개통률·공정률’뿐 아니라 정체구간 해소율·물류시간 절감 등 성과지표를 의무 병기 등을 주문했다.
■ 간단 요약
• 2025년 부산 SOC 예산: 교통·물류 1조1401억, 국토·지역개발 4248억, 통합회계 총 18조064억(+3회 추경 의결 18조6989억)
• 설계변경·보상·유찰·인허가 보완이 계약 직전 병목을 만들며 연내 집행 여력을 갉아먹음(하단~녹산선 유찰→재공고)
• 해법: 지연사유·리드타임 공개, 재공고 패스트트랙, 인허가 원스톱, 하위사업 재배분으로 ‘속도·품질’ 동시 개선
※ 데이터 출처
부산 재정공시 2025, 예산집행현황 대시보드, 시의회 예결특위 자료,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항건설사무소 고시, 환경부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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