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이자 등 의무지출 387.7조 달해정부 정책 재량 공간 축소
R&D 예산 35.5조로 급증, 공격적 투자⸱⸱⸱산업·에너지 분야는 조정세
[예결신문=김대성 기자] 2026년 정부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총수입은 675조2000억원, 총지출은 727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지출 규모가 수입을 크게 웃돌면서 통합재정수지는 52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한민국 재정'을 공개했가. 정부는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이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적으로 지출이 정해진 의무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 수지 적자 폭 줄었지만 '관리재정' 체질 개선은 미흡
2026년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재정 수지의 질적 구조다.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작년 60조8000억원에서 올해 52조7000억원으로 8조1000억원가량 축소된 점은 외형상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사회보장성기금 등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2026년 관리재정수지는 107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GDP 대비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결산 기준 지속해서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적자의 절대적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의 흐름을 고려할 때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 결국 숫자상의 개선이 재정 체질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무지출 387조7000억 시대⸱⸱⸱줄어드는 정책 재량권
지출 구조를 살펴보면 예산의 경직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6년 예산 중 법령에 의해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의무지출'은 38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조9000억원(6.3%) 증가했다. 반면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340조2000억원으로 0.5% 성장에 그쳤다.
전체 총지출 증가율이 3.5%임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 증액분의 대부분이 법정 복지 지출과 국채 이자 상환 등에 우선 배정된 셈이다. 실제로 의무지출 내 복지 분야는 196조3000억원으로 13조2000억원 늘었고 지방이전재원도 144조9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서 이자지출은 3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급증했다.
이러한 구조는 경기 변동에 대응하거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6.3%에 달해 총지출 증가율(4.6%)과 재량지출 증가율(2.8%)을 압도하고 있다.
R&D 19.5% 급증 vs 산업·에너지 9.9% 삭감⸱⸱⸱분야별 명암 뚜렷
분야별 재원 배분에서는 정부의 우선순위가 명확히 갈렸다.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269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어 일반⸱지방행정 121조4000억원, 교육 99조9000억원, 국방 65조9000억원 순으로 예산이 배정됐다.
증감률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R&D(연구개발)다. 2026년 R&D 예산은 3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인 5조8000억원이 급증,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가 재개됐다. 국방 예산 역시 7.5% 증가한 65조9000억원으로 편성돼 안보 역량 강화에 무게를 뒀다.
반면 삭감된 분야도 적지 않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5000억원(9.9%) 줄었다. 일반⸱지방행정 분야도 5조8000억원(4.6%) 감축됐다. R&D 예산은 늘리되 산업 현장 지원과 에너지 전환 관련 예산은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조정한 결과다. 기술 개발의 양적 확대가 산업 현장의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채무 1400조 돌파⸱⸱⸱2029년 1788.9조 전망
재정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국가채무는 지표가 악화됐다. 2026년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으로 추산되며, GDP 대비 비율은 51.6%에 이른다. 작년 1301조9000억원(49.1%)에서 1년 만에 50% 선을 넘어섰다.
정부의 중장기 전망도 밝진 않다. '20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7년 1532조5000억원, 2028년 1664조3000억원을 거쳐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GDP 대비 채무 비율 역시 2029년 58.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또한 2028년 128조9000억원 적자, 2029년 124조9000억원 적자가 예고돼 부채 누적 속도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통합재정수지(-1.5%, 2024년 기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본격적인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지출 폭탄이 투하되기 전이란 게 문제다. 사회보장성기금 수입이 지출보다 큰 현재의 인구 구조가 바뀔 경우 재정 상황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분석처는 "2026년도 예산안은 전년 대비 확장적 기조를 띠고 있으나 중기 재정운용계획상 2029년부터는 다시 긴축적 기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성 지출 급증이 예견된 상황에서 현재의 양호한 국제 비교 지표에 안주하기보다는 잠재적 재정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인 재정 준칙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결신문 / 김대성 기자 kds7@biznews.or.kr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