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뉴스=백도현 기자]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를 맞아 상당한 우려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강력한 보호무역과 전통 제조업 부흥, 화석연료 우대 등 정책이 예견되면서 기존 바이든 정부와 크게 다른 방향성이 예고되면서다.
이에 따라 공급망 제재 등 대중국 정책, 조세 정책, 외교·안보 정책과 더불어 통상·무역 정책과 에너지·환경 정책이 국내 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부정적 사업환경이 지속되면서 반등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규제 완화와 IRA 폐지 또는 축소로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고 자연히 이차전지 수요가 위축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고강도의 대중 견제 기조를 밝히고 있어 미국 시장 내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대중 경쟁우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 환경규제, 전동화 전환 장려책 폐지 및 축소···IRA 생산세액공제 폐기, 차량 연비규제 완화
현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성명 발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정책을 통해 배터리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IRA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지급과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보급과 배터리 수요를 크게 늘렸고 생산 및 투자를 촉진했다.
막대한 내수시장을 토대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내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국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견제를 취해 미국 시장 진입을 억제했다. 해외우려국(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 제도 시행으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장려했고 지난 5월에는 대중 관세를 대폭 인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기존 25%), 리튬이온 배터리 및 배터리 부품에 대해 25%(기존 7.5%)로 관세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미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도가 크게 상승했다. 일례로 셀 업체의 경우 AMPC 보조금 수익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생산·판매가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개된 전방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 따른 부정적 사업환경에서도 국내 이차전지 업체가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환경적 배경이 됐다.
트럼프 2기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환경규제 및 전기차 관련 보조금 등 장려책을 폐지 또는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전반을 ‘녹색사기(Green New Scam)’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하며 IRA 세액공제의 전면 폐기, 전기차 전환의무 폐지를 공언했으며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및 차량 연비규제 최소수준 완화 등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 부통령 당선자인 J.D. 밴스는 지난해 9월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폐지안이 담긴 ‘Drive American Act’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견제는 트럼프 2기에 들어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취소와 대중 관세의 단계적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 美 전기차 보급 확산 억제→이차전지 수요 둔화→중국 저가 공세 우려
이미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보조금 및 지원책이 축소될 경우 전기차 보급이 위축되고 본격적인 이차전지 수요 둔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 생산 증대를 장려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환 계획이 크게 수정되고 이차전지 업체의 신공장 투자 및 가동 일정도 영향받아 신규 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셀 3사가 올 상반기 합산 8417억원(전년 동기 대비 4735억원 증가)의 AMPC 보조금 수익을 인식했음에도 전년 대비 수익성이 저하된 점을 감안하면 AMPC 보조금 철폐는 국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이 무역 장벽을 뚫기 위해 자국산 전기차와 이차전지 가격을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업체들의 피해 가중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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