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동성 위기 논란에 몸살을 앓는 롯데그룹이 비상 경영 상황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홀딩스 전무를 부사장에 선임해 뒷말이 무성하다.
28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포함해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화학 부문과 호텔 부문의 CEO를 대폭 물갈이했다. 화학 부문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 등 총 10명이 물러났다.
임원 역시 약 30%가 퇴임했다. 특히 60대 이상의 임원 80%를 물리고 1970년대생을 대거 내정했다. 최근 불거진 위기를 계기로 그룹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눈에 띄는 건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시게미츠 사토시) 전무다. 그는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지난해 롯데지주 전무로, 다시 1년 만인 올해 롯데지주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전에도 그는 2022년 롯데홀딩스 산하 LSI(Lotte Strategic Investment) 대표도 맡았으며 지난해 6월엔 롯데파이낸셜 대표직도 겸했다. 동시에 같은해 12월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에도 선임되며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업무까지 맡았다.
이어 지난 6월에는 한국과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의 부친만큼이나 문어발 임원을 꿰찬 셈이다.
롯데는 지난해 신 부사장 승계작업을 위해 '미래성장TF' 조직을 만들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 조직은 수석급 팀장을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됐다. 일본 롯데홀딩스에도 똑같은 이름의 TF가 조직돼 한일 TF가 교류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그는 여전히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올 3월 38세를 넘기며 병역 이슈가 해결돼 한국 국적을 취득할 걸로 예상됐으나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아직은 실행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과연 쇄신일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정철진 경제 평론가는 “경영권을 승계하고 후계자 시험대에 올리려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유통, 쇼핑라인과 케미칼 쪽에서 자리를 맡겨서 승부를 봐야한다”며 “오히려 전혀 상관없는, 나름 안전한 곳에서 이끌게 한다는 것에 세간의 시선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롯데만의 문제인 오너의 국적도 문제다. 그는 “신동빈 회장은 아예 한국 국적으로 왔는데 신유열 부사장은 여전히 일본 국적이란 점에서 도마 위에 오른다”며 “왜 하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자식을 그렇게 고속 승진시키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 유동성 논란에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로 유동성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다음달 중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룹 차입금이 39조원이나 되지만, 그룹 전체 순이익은 1조원대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지난 2019년 말 3조6316억원에서 올해 9월 10조9571억원으로 폭증했다.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1706억원에서 7조3천350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적 역시 문제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2019년 1조1073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6600억원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악화로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약 2조원 규모 회사채 14개에 대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채권자가 만기가 오기 전에 채무자에 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는 것을 말한다. 롯데케미칼이 자금 조달 당시 약정했던 조항 중 ‘3개년 평균 EBITDA 대비 이자보상배율 5배 이상 유지’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올해 롯데케미칼은 4.3배를 기록했다.
다만 기한이익상실이 발생 사유에도 채권자들이 자금을 모조리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음달 19일 사채권자를 소집해 해당 특약사항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 롯데 회사채 금리가 다소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회사 측은 루머에 대해 “지난달 기준 총자산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롯데는 결국 지난 27일 신격호 창업주의 상징과도 같은 6조원 가치의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기로 했다. 은행이 이를 담보로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롯데케미칼이 은행 보증을 받으면 채권 신용도가 올라가 만기 연장 가능성도 커진다.
아울러 롯데는 백화점 10개 점포를 매각 또는 폐점하는 등 계열사별로 부진한 사업을 정리해 체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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