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독자 경영’ 만료 앞두고 중흥그룹 낙하산 ‘착착’⸱⸱⸱26세 중흥 창업주 손자도 상무 자리에

백도현 기자 / 2024-11-25 18:52:21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김보현 총괄부사장 (사진=대우건설)

내년 2월 독자 경영 만료를 앞둔 대우건설에 중흥건설 인맥들이 최고위 경영직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며 대우건설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중엔 중흥그룹 창업주 정창선 회장의 손자 정정길 상무도 포함됐다. 그는 1998년생으로, 건설업계 주요 임원 중 유일한 20대다. 

26세에 불과한 정 상무는 2021년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한 후 이듬해 대우건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해외사업단담당임원(상무B)으로 초고속 승진, 뒷말을 낳았다. 부장직 부임 당시에도 내부에서는 "아무리 오너일가라도 주요보직인 전략기획팀에 20대 부장이라니 선을 제대로 넘었다"는 반발을 샀다.

대우그룹 최상단에는 정 창업주의 아들 정원주 회장이 자리한다. 그는 처음 부회장직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정관 일부를 수정하며 회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정관은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고문,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다’였으나 여기에 ‘회장’을 추가한 것.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김보현 총괄부사장도 논란거리다. 그는 정 창업주의 사위이자 정원주 회장의 매제다. 언론사 부사장 출신인 그는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거쳐 이듬해 대우건설 고문직으로 1년을 보낸 뒤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건설업계 경력이 워낙 짧아 의구심을 한몸에 받는다.

앞서 중흥그룹은 지난 2021년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하며 단숨에 건설업계 빅4로 등장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업계 순위 5위로 각각 17위, 40위에 불과했던 중흥토건(40.6%)과 중흥건설(10.15%)에 인수된 것은 한마디로 ‘사건’이었다. 이에 중흥건설은 단숨에 건설업계 4위로, 중흥그룹은 재계순위 20위권으로 도약했다.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 당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측의 극심한 반발에 인수 조건으로 합병이 아닌 3년간 독자 경영을 내세웠고 직원 처우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빅3에 준하는 보장을 약속하며 반대 여론을 극복했다.

독립 경영 관련 핵심 내용은 ▲별도 법인 및 사명 유지 ▲대우건설 임원 가운데 대표이사 선임 ▲집행임원 선임 시 대우건설 외 인력 선임을 50% 이내로 제한 등이었다. 당시 정원주 부회장도 대우건설 사장직과 관련해 “내부에서 승진시킬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제 약속된 3년을 불과 3개월여를 앞두게 되자 대우건설은 본격적인 중흥그룹 인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대우건설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기존 7개 본부를 5개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5개 본부 중 2개가 중흥그룹 출신이다. 

이를 계기로 중흥그룹이 향후 대우건설 장악에 더욱 속도를 낼 거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 출신이 대우건설에 입성하는 흐름이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실제로 재계에서는 중흥건설 오너 일가에서 추진했던 대우건설 친정 체제 수립 작업이 김 총괄부사장의 대표이사 내정과 함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흥그룹 측 조건이 ‘인수 후 3년’에 해당하므로 언제까지 독자 경영 체제를 이어가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자금 사용과 사업 결정 등 중대사안을 고려하면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얘기다. 

한편,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내걸었던 ‘100%대 부채비율’ 등 유동성 이슈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진 상태다. 대우건설은 2021년 부채비율 225.15%에서 올 3분기 196.03%로 200% 이하로 내려왔으며, 매출액은 당시 8조6852억원에서 올해 fn가이드 예상치 10조40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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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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