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뉴스=백도현 기자]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올 3분기 실적에서 큰 폭의 매출 하락을 보였다. 작년 3분기 이후 전기차 캐즘(Chasm, 혁신적 상품이 초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거나 정체되는 현상)이 이어진 데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등으로 구매를 꺼리는 고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업체 6곳(SK온·삼성SDI·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SK아이이테크놀로지·SK넥실리스)은 전년 동기 대비 큰 실적 저하를 겪었다.
특히 이차전지 외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양호한 소형전지 및 전자재료 부문이 실적을 방어했다. 다만 SK온의 경우 미국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 보조금 608억원을 포함하면 흑자를 나타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SK온은 3분기 매출액 1조4308억원 영업이익(AMPC 포함) 240억원 ▲삼성SDI 매출액 3조9356억원, 영업이익(AMPC 포함) 1299억원 ▲에코프로비엠 매출액 5219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포스코퓨처엠 매출액 9228억원, 영업이익 14억원 ▲SK넥실리스 매출액 786억원, 영업이익 –351억원 ▲SKIET 매출액 508억원, 영업이익 –730억원 등이다.
전년 동기 매출액과 비교하면 ▲SK온 –55% ▲삼성SDI –34% ▲에코프로비엠 –71% ▲포스코퓨처엠 –28% ▲SK넥실리스 –55% ▲SKIET –72% 등 전 업체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SK온은 셀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에서도 실적 부진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에 따라 SK온을 주거래처로 둔 소재업체인 SK넥실리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비엠 등도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은 LG에너지솔루션도 주요 거래처로 확보한 덕에 물량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제는 내년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실질 구매가격 상승과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HEV) 대비 가파른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전기차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탑재량이 적은 HEV 중심의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점도 이차전지 수요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2026년까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증설이 계획돼 공급과잉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북미 친환경 정책 변경도 주요 우려 요인이다. 미국은 국내 주요 이차전지업체의 투자와 판매가 집중된 핵심시장으로, 미국의 전기차 및 친환경 정책이 업계 전반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그간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산을 장려한 각종 환경규제 및 전기차 관련 보조금 정책을 폐지및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그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전반을 ‘녹색 사기(Green New Scam)’로 규정하고 강한 비판 입장을 취하며 IRA 세액공제의 전면 폐기, 전기차 전환의무 폐지를 공언했으며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및 차량 연비규제 최소수준 완화 등의 주장 또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이차전지업체는 수요 위축과 AMPC 보조금 등 인센티브 축소로 사업환경의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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