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제너셈 등 HBM 공정 장비 수주 가시화···정책 리스크 속 차별화
7월 반도체 수출 147억1000만 달러 역대 최대···AI 서버 중심 글로벌 수요 확인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미국발 관세 부과 우려가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얼어붙었으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도적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 세제 개편과 관세 장벽에 '소부장' 위축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부장 업종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뚜렷한 조정세를 보였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소재 및 장비 업체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이 포함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여기에 대주주 과세 강화 방침까지 더해지며 부품사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대외적인 정책 변수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서도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 기업들의 수급이 흔들렸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넥스트칩은 유상증자 미달 이슈가 겹치며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다.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 역시 일주일 사이 12%가량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소식을 전한 덕산하이메탈이나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하며 지배구조 우려를 해소한 하나마이크론 등 개별 호재가 있는 종목만 선택적인 반등을 기록했다.
■ HBM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공급망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도 HBM 관련 기업들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에 필수적인 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열린 기업 간담회에서 차세대 제품인 HBM4 생산에 필요한 본딩 장비(칩을 쌓아 붙이는 장비)의 독점 공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 납품이 시작되면 실적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의 품질을 결정짓는 테스트 및 검사 장비 분야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제너셈은 최근 HBM 최종 테스트 과정에서 불량품을 분류하는 소터 장비의 고객사 평가를 마치고 실제 생산 라인에 장비를 설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업계에서는 제너셈이 주변 장비를, 테크윙이 검사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 체계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일반 메모리와 달리 적층 구조를 가져 열 관리와 수율 확보가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고 온도를 조절하는 고난도 장비에 대한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견인하는 역대급 수출 실적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인공지능 서버와 HBM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행보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람리서치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른 장비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향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에스티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 역시 센서 사업부를 인수하며 인공지능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중국 시장의 경기 둔화 여파로 전체 이익 전망은 낮췄으나, 인공지능 서버와 HBM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설비 투자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구조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수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 증가한 147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94억7000만 달러를 차지했는데,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수출 단가 상승과 물량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반도체 소부장 업종은 과거처럼 업황 전체가 함께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나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단기적인 변동성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인공지능 서버와 HBM 공정에서 실제 수주와 실적을 증명하고 있는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독자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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