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하이텍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산 직전의 계열사 합병이라는 석연치 않은 결정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탓이다.
앞서 DB그룹 계열사 DB월드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비율은 1대 0.0362402, 합병 후 DB월드는 존속법인으로 남게 된다.
문제는 DB메탈의 재정 상태다. DB메탈은 금속제품 제조 및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최근 중국 제품 저가 공세에 밀려 파산 직전에 놓였다. 매출액은 2022년 6436억원에서 이듬해 3738억원, 다시 지난해 2002억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494억원에서 2023년 –552억원, 지난해 –126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은 2023년 256.7%에서 지난해 1090.2%로 치솟으며 완전 자본잠식 됐다.
DB월드의 최대주주는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비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와 비메모리반도체 조립 및 판매하는 반도체 업체로 DB그룹의 지주사다. 최대주주는 DB INC로 지분율은 18.6%이며 그 외 김준기 창업회장(3.6%) 등으로 오너일가 우호지분은 43.8%다.
DB INC는 IT와 상사를 주목적으로 하며 김준기 전 회장 15.91%, 김 전 회장의 아들 김남호 회장 16.83% 등 오너일가가 47.65%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DB월드와 DB메탈 합병에 문제가 된 부분은 합병 자금이다. 구체적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DB월드가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받은 890억원의 유상증자금이 쓰일 것으로 추측된다.
주주들은 이런 부실 회사를 DB하이텍의 돈으로 떠안는 구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은 김준기 회장의 보증 채무를 지워주는 꼼수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김준기 회장은 2023년 재무 악화 상태인 DB메탈에 1500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주주들은 “합병을 통해 김 전 회장의 보증 채무를 사실상 정리해 주는 것 아니냐”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합병 전에도 그룹 측은 2023년 DB메탈을 DB INC로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주주들이 지급보증 문제와 부채 인수 구조에 강하게 반발하자 이를 취소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이상목 대표는 “이제는 우회적으로 DB월드를 통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DB월드는 “이번 합병은 부동산 및 합금철 사업의 시너지를 위한 것”이라며 “자산가치 중심의 미래 성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장기 투자한 주주들을 들러리 세워 특정 인물의 책임을 줄이고 그룹 부실을 재무적으로 정리하려는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 미등기 오너일가, 막대한 보수 편취 논란
이런 가운데 미등기임원인 오너일가가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기 회장과 그의 아들 김남호 회장은 작년 DB하이텍에서 각각 34억5300만원, 24억6400만원을 받았다. 딸인 김주원 부회장 보수도 5억4100만원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조기석 사장이 5억5100만원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은 액수다. 특히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직원들 보수는 2023년 평균 9000만원에서 작년 8600만원으로 삭감됐으나 김준기 회장은 전년 34억원에서 오히려 5300만원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창업회장임을 내세워 막대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김준기·김남호 부자에게 지급한 보수는 업무 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려우며, 대주주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일반 주주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 배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말 회사 측에 공문을 보내 "지배주주에게 근거 없이 과다 지급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편, 김준기 회장은 2017년 가사도우미 피감독자간음죄 및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도주 논란 속에 체포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그에 앞서 김 회장은 2000년에는 동부건설 자사주의 35%에 달하는 763만주를 외상으로 매입, 동부건설에 손실을 끼친 혐의와 2003년 6월 그룹계열사 등과 함께 골프장 시행사인 동부월드 주식 101만주를 주당 1원에 저가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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