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을 “매우 나쁜 거래”라며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가 당장 내년부터 칩스법을 폐지 또는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지난 2022년 제정됐다.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총 527억달러(약 73조원)를 지원하고 25% 세액공제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대신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 국가에서 반도체 시설을 추가 확장·구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을 철저히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전세계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 등 유수의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투자금은 ▲삼성전자 450억 달러(약 62조원) ▲SK하이닉스 39억 달러 ▲TSMC 650억 달러 ▲인텔 1000억 달러 ▲마이크론 1150억 달러다. 보조금 규모는 ▲삼성전자 64억 달러(약 9000억원, 비율 14%) ▲SK하이닉스 5억 달러(12%) ▲TSMC 66억 달러(10%) ▲인텔 85억 달러(9%) ▲마이크론 61억 달러(5%)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기존 중국 공장의 확장까지 포기하며 미국을 선택했다. 특히 미국은 노동력 부족, 높은 비용, 노동 문화 등이 한국과 달라 공장 건설에도 큰 어려움도 감수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이 집권 연장에 실패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당성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대비를 못한 탓이다.
그나마 가장 먼저 보조금을 타낸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미국 ‘폴라반도체(Polar Semiconductors, 1억2300만 달러)’였다. 다만 이 시기는 대선 전인 지난 9월이다.
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은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 7일 블룸버그통신은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가 보조금과 대출 관련 최종 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인 1월이 지나기 전에 반도체법 예산 집행을 서두르기 위해서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론 등과 계약과 관련해 주요한 세부 사항을 처리하고 있다”고는 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협정의 복잡성 때문에 바이든 임기까지 모든 조건을 확정하고 보조금 대부분을 할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또 워싱턴 소재 연구 그룹인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의 롭 앳킨슨(Rob Atkinson)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돈(보조금)을 집행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인 실수”라며 “왜 차기 정부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줬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가 보조금은커녕 오히려 투자 미이행 시 패널티까지 부과할 움직임도 보여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집권까지 남은 두 달 안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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