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극적 타결···합의 평가 온도 차, 왜?

백도현 기자 / 2025-05-13 21:48:20
미국과 중국이 극단으로 치달은 무역 관세전쟁이 ‘서프라이즈’급 합의로 일단 마무리되는 분위기이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다. 두 정부가 공개한 합의 평가가 미묘한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그래픽=예결신문)

미국과 중국이 극단으로 치달은 무역 관세전쟁이 ‘서프라이즈’급 합의로 일단 마무리되는 분위기이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다. 두 정부가 공개한 합의 평가가 미묘한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90일간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145%를 30%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125%를 10%로 인하하는 것에 동의했다. 

주목할 점은 ‘90일 유예’다. 일종의 ‘휴전’인 셈인데 미국은 물가불안을, 중국은 생산기지 붕괴를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8월 중순까지 얼마나 실효적 협상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더 큰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 확실한데 트럼프는 홍보에 유리한 농산물과 차량 시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고, 희토류 제한과 펜타닐 통제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미-중 통상 갈등의 핵심 의제였다. 중국은 미-중 협상에 왕샤오훙 공안부장 겸 국가마약방지위원장을 대표단 일원으로 파견해 정식 안건으로 올릴 만큼 큰 의지를 나타냈다. 

펜타닐은 극소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합성 마약으로, 미국 내 마약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은 중국산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캐나다를 거쳐 자국으로 유입되는 상황에도 중국의 단속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나타내 왔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최고 145%의 관세 중 20%는 이른바 '펜타닐 관세'일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협상 성과로 중국시장 개방과 펜타닐 공급 차단을 약속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시장 개방과 관련해 문서화된 부분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주말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 고조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지층을 고려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의약품에 부과한 개별 관세는 이번 인하 품목에서 제외된다고 밝혔고, 미국 내부적으로 중국을 상대로 많은 협상안을 받아낸 부분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 타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 中, 평등한 협상 + 미중 갈등의 장기성, 복잡성 강조···공동성명 발표 당일 광물 수출 통제 강화 

중국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인하 합의에도 이성적으로 현재 상황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는 중국통신사 신화의 사설이 공개됐고 이번 협상을 주도한 허리펑 부총리도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데 초점을 뒀다. 

중국 다수 언론은 미-중 갈등의 장기성, 복잡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으며 한번의 협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다수였다. 

트럼프의 성과 과시와 대조적으로 공동성명 발표 당일 중국은 광물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공개해 전략자산에 대한 관리를 더욱 면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광물과 관련한 채굴, 제련, 가공, 운송, 제조, 판매, 수출 모든 단계에서 정부 주요 부처와 협력해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특히 제3국으로 운반하기 위한 우회 수출을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美 성과 과시 vs 中 신중한 태도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할 방침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허리펑 부총리는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미국이 언급한 중국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없다. 

또한 펜타닐은 중국이 꾸준히 공급 차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낸 바 있어 이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 필요에 의해 진행한 협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중국은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서지 않고 관세를 인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미중 간 관세 인하 발표로 중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단기 시장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도 "회복 흐름을 보이는 내수경기와 무역협상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영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 항셍테크지수, 과창판 등 기술주 주도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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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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