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 김용대 위원] LG전자가 인도 자회사 지분 15%를 시장에 내놓아 약 1조8568억원을 확보했다. 새 주식을 찍어낸 게 아니라 기존 지분을 판 ‘구주 매출’ 방식이다. 이후 지분은 85%,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사는 15일 “빚 부담이 줄고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면 등급 상향 가능성이 커진다”며 긍정적 미래를 예측했다.
구주 매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금이 즉시 모회사로 들어왔다. 보통 증자를 실행하면 자회사에 돈이 들어가지만, 이번엔 모회사 금고에 바로 현금이 쌓였다. 그래서 차입에 덜 의존하면서도 투자, 이자, 배당 같은 필수 지출을 감당할 숨통이 트였다.
아를 통해 LG전자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41.1%→131.6%, 순차입금 의존도는 11.7%→8.3%로 낮아진다. 8.3%라는 수치는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10% 미만)을 충족하는 수치다.
둘째, 지배 영향력은 그대로다. 지분 85%를 보유해 연결회사 지위와 경영 주도권에 변화가 없다.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자가 들어오면서 소수 주주 시선도 따가워진다. 배당, 내부 거래가격(브랜드 사용료·부품), 현지 투자 의사 결정은 더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 변화는 당장엔 비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신뢰 프리미엄을 얹는다. 신평사도 “구주 매출을 통한 재무 안정성 제고는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못박았다.
셋째, 이른바 ‘가격표’가 붙었다. 인도 법인의 가치가 공개시장에서 확인되면서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한층 쉬워진다. 추가 지분 매각, 현지 파트너 영입, 특정 사업 분할 등 선택지가 넓어졌고 어떤 결정을 하든 시장 기준가를 참고할 수 있다. ‘얼마가 적정가인가’를 두고 내부에서만 토론하던 시대에서 외부가 매긴 값이 생긴 셈이다.

이제 관건은 수익성이다. 신평사는 “미국 관세 변화,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익을 얼마나 꾸준히 만들어 내느냐를 보겠다”고 한다. 특히 고수익 사업을 키우고 비용을 관리해 이익률을 더 올리는 흐름이 확인되면 등급 상향 요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해법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택했다. 자동차 전장, 냉난방(HVAC), 스마트팩토리 같은 B2B 사업, webOS와 스마트홈 같은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가전은 구독 모델로 전환을 서두르는 중이다. 상반기 기준 B2B 매출은 12.7조원(전년비 +6%), 가전 구독 매출은 1.2조원(+30%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관세 리스크에는 미·멕시코 생산 최적화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충족 제품을 활용해 대응하는 그림이다.
실적은 방어와 숙제가 함께 보인다. 올 3분기 잠정 기준으로 7~9월 영업이익은 6889억원, 분기 이익률은 3.1%다. 1~9월 누적으로는 2.6조원, 이익률 4.0%다. 우려했던 관세 충격은 현재로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전년 대비 이익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한 경고다. 수익성 높은 제품의 판매를 높이는 ‘믹스 개선’으로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
이번 딜이 정책·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뚜렷하다. 한국 제조기업이 현지 상장을 통해 자회사 가치를 시장에서 바로 평가받고, 확보한 현금을 성장 투자와 재무 안정에 동시에 쓰는 방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다.
기업은 ‘해외 현지화 2.0’ 즉, 생산 거점만이 아니라 자본시장 접근까지 현지화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인도 법인이 그룹 전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제 남은 체크리스트는 세 가지다. 첫째, 북미 생산 최적화로 관세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것. 둘째, 전장·HVAC·플랫폼 등 고마진 축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커지는지. 셋째, 설비투자·M&A를 하더라도 무리한 차입 없이 현금흐름 안에서 굴리는 규율을 지키는지 등이다. 이 셋이 맞물리면 인도 상장은 단순한 일회성 현금확보를 넘어 장기적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리하면, 이번 인도 상장은 ‘돈은 당장, 지배는 그대로, 선택지는 더 넓게’를 이룬 거래였다. 재무는 가벼워졌고(순차입금의존도 한 자릿수), 시장은 인도 사업에 가격표를 붙였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수익성이다. 관세·수요·경쟁의 거친 바람 속에서 고마진 사업 비중을 키워 이익률을 꾸준히 올려갈 수 있느냐, 여기에 등급과 주가의 다음 단계가 달렸다.
■ 간단 요약
• 약 1.86조원 현금 유입, 지분 85% 유지···숨통은 트이고 경영권은 그대로
• 부채비율 131.6%, 순차입금의존도 8.3%···레버리지 완화로 등급 상향 요건 일부 충족
• 남은 승부는 수익성···고마진 사업 확대와 비용 효율화 지속 시 상향 모멘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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