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형지I&C 유상증자 결정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규모는 약 200억원, 발행 수는 2965만 주다. 기존 주식의 약 90.4%에 해당하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신주 배정일은 내일(12일), 신주 상장은 다음달 29일이다.
■ CB·BW 물량과 지분 희석 우려
형지I&C는 이미 과거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다수 발행한 이력이 있다. 특히 8회차 CB와 10회차 BW 물량 중 약 473만 주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공모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주식 수가 폭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대 주주인 최병오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약 24.67%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유상증자 참여율이 10%에 불과해 증자 이후 14.13%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 형지글로벌도 첫 유상증자, 그 배경은?
형지I&C에 이어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도 이달 1일 처음으로 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600만주를 주당 3420원, 총 205억원 규모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역시 기존 주식 수의 90.6%에 해당한다.
형지글로벌은 기존엔 CB나 BW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이번엔 공모 방식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유상증자 유입금의 절반 이상은 기존 채권의 조기 상환(120억원)에 사용해 재무 안정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71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2억원은 시설자금에 각각 투입한다.
아울러 형지글로벌은 오는 6월 20일까지 유상증자 청약 절차를 마무리한 뒤 보통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진행한다. 이를 마무리하면 주식 수는 총 1867만4794주가 된다.
형지글로벌의 최대 주주는 패션그룹형지로 지분율은 46.65%다. 패션그룹형지는 최병오 회장 일가가 100%를 소유한 가족회사다. 즉 최 회장 → 패션그룹형지 → 형지글로벌/형지I&C의 출자 구조인 셈이다.
■ 절망한 주주들 “대주주, 경영책임 소액주주들에게 전가”
소액주주들은 이번 유상증자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배정 물량의 단 10%만 참여한다는 점이다. 경영책임을 사실상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측은 “최대 주주 일가가 현금과 신주인수권증서 매각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 참여하겠다”고 해명했으나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주식방에서는 이른바 ‘잡주’라며 회사 측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금투업계 일각에서도 "주주 가치 희석과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액은 2022년 705억원에서 이듬해 653억원, 작년 다시 567억원으로 추락 중이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억원 → 6.5억원 → (-)50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 믿는 구석 있다···‘이재명 테마주’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은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그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날이다.
시장에선 형지글로벌과 형지I&C를 이재명 테마주로 본다. 그룹사 형지엘리트가 이 대표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무상 교복 정책의 대표적 수혜주라는 이유다. 현재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매우 커 시장에서는 회사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다만 이후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형지I&C는 지난 4일 35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가 9일 기준 2255원으로 떨어졌고 형지글로벌 또한 4일 1만3050원에서 이날 9860원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주가 상승 이후 유상증자를 단행한 흐름이 자금 확보를 위한 테마성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투자자들은 정치 테마 이슈에 따른 급등락 리스크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 흐름에 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물량 부담이 있지만 투명한 공모 방식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 운용 투명성 향상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중요한 건 실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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