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참여율 단 10% 불과⸱⸱⸱경영 책임, 소외된 개미들에게 전가
실적 악화 가리는 '이재명 테마주' 환상과 과도한 부채 상환용 증자가 낳은 불확실한 미래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패션 중견기업 형지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잇달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형지I&C에 이어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까지 기존 주식 수의 90%에 달하는 대규모 신주 발행을 결정하면서, 주주 가치 희석과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 부재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을 '정치 테마'라는 휘발성 이슈로 덮으려 한다는 의구심까지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 '기존 주식 90%' 신주 폭탄⸱⸱⸱지분 가치는 '반토막'
지난달 21일 형지I&C가 발표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기습적'이었다. 발행 신주(2965만 주)가 기존 주식 수의 90.4%에 달하는 역대급 물량이었다. 주식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산술적으로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거 발행했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까지 대기하고 있어 주가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8회차 CB와 10회차 BW 잔여 물량 약 473만 주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배정일은 내일(12일), 신주 상장은 다음달 29일이다.
형지글로벌은 기존엔 CB나 BW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이번엔 공모 방식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유상증자 유입금의 절반 이상은 기존 채권의 조기 상환(120억원)에 사용해 재무 안정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71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2억원은 시설자금에 각각 투입한다.
아울러 형지글로벌은 오는 6월 20일까지 유상증자 청약 절차를 마무리한 뒤 보통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진행한다. 이를 마무리하면 주식 수는 총 1867만4794주가 된다.
형지글로벌의 최대 주주는 패션그룹형지로 지분율은 46.65%다. 패션그룹형지는 최병오 회장 일가가 100%를 소유한 가족회사다. 즉 최 회장 → 패션그룹형지 → 형지글로벌/형지I&C의 출자 구조인 셈이다.
■ 오너 일가의 '배신'⸱⸱⸱책임은 소액주주의 몫
더욱 심각한 지점은 최병오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증자 참여 태도다. 최대 주주인 최 회장과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현재 24.67%에 달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배정 물량 중 단 10%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증자 후 최대 주주 지분율은 14.13%로 급락하게 된다.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증자 참여를 최소화한 것은 사실상 경영 부실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자신들의 현금 부담은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주인수권증서 매각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 참여하겠다"는 회사 측의 해명은 오히려 기존 주주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대주주가 권리를 포기하고 매각한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주가 하락을 더욱 가속하기 때문이다.
■ '이재명 테마주' 환상과 처참한 실적의 괴리
시장에서는 형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최근 요동친 배경에 주목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무죄 판결 시점과 맞물려 주가가 급등락해서다. 형지엘리트가 과거 성남시 무상 교복 정책 수혜주로 분류된 이후 그룹사 전체가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은 이러한 기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형지I&C의 매출액은 2022년 705억원에서 지난해 567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억원 흑자에서 5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정치 테마에 기댄 주가 부양은 곧 '부실'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형지그룹의 행보를 전형적인 '거버넌스 리스크'로 규정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대 주주 지분율이 20%대 중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발행주식 수의 90%가 넘는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며 대주주 스스로는 10%만 참여한다는 것은 소액주주들을 자금 조달의 창구로만 여긴다는 증거"라며 "경영 실패의 책임을 소액주주의 피땀 어린 자금으로 메꾸려는 행태는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테마주 편승의 위험성에 대해 "정치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한 시점을 틈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나,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독이 된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채무 상환에 증자 대금 절반 이상을 쓰는 형지글로벌의 사례처럼 본업 성장이 아닌 '빚 돌려막기'식 증자는 결국 주주들의 희생만 강요하게 될 것"이락 경고했다.
형지그룹은 현재 재무 안정화와 투명한 공모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패션그룹형지가 최병오 회장 일가 100% 소유의 가족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계열사들의 연쇄 증자는 결국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본을 수혈하려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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