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뉴스 = 백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실적에서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진에 일회성 비용인 3분기 성과급 마련,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 지연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6.6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84% 줄었다.
이는 당초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13조~14조원대는커녕 지난 1분기 증권사 18곳이 전망한 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 80조7849억원, 10조3570억원보다도 낮은 실적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범용 D램,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굳건한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새롭게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만년 2등’이던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DS 부문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가 합산 1조원 적자 예상을 고려하면 메모리사업 영업이익은 5조원 이하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1262억원, 6조7679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의 DS부문 메모리사업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보다 최대 2조원이나 더 많은 셈이다. 이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역전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 DS 부문장 전영현 부회장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사과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과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이어지는 글로벌 평가사와 투자사들의 평가 절하와 이에 따른 위기설을 진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삼성 위기설’과 관련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하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며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여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투자자 여러분과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며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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