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2026 예산 분석] 저하되는 기초체력 下: 고갈되는 재정 저수지⸱⸱⸱기금 유동성 관리 한계 노출

김지수 기자 / 2026-01-13 19:51:39
세종시의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은 도시의 비상금이자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해야 할 기금이 본연의 목적 사업보다는 일반회계의 부족한 재원을 메우는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전락했음이 드러났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세종시의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은 도시의 비상금이자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해야 할 기금이 본연의 목적 사업보다는 일반회계의 부족한 재원을 메우는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전락했음이 드러났다.

13일 시의회 예산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시의 기금 조성액은 약 6493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특정 기금에 대한 과도한 편중과 일반회계 예탁으로 인한 실질적 가용 재원은 고갈돼, 기초체력 저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재정 저수지' 실종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예탁금 편중
시 기금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기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사실상 일반회계의 '대출 창구'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올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조성액은 3730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99%인 3701억원이 이미 일반회계로 예탁(대출)된 상태다.

이는 시가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금에 적립된 자금을 거의 전액 끌어다 쓴 것으로, 향후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급격한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차하철 전문위원은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자금 운용의 경직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전체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49.3%가 예탁금 원금 회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출 역시 예탁금과 차입금 원리금 상환 등 정산성 항목에 집중되어 있다"며 "특히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경우 조성액 대부분이 일반회계 예탁금으로 구성돼 기금이 실질적으로 정책 목적을 수행하기보다 일반회계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계정으로만 기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부채 늪에 빠진 지역개발기금과 정책 기능의 상실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개발기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지역개발기금 조성액은 2006억원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40억원 감소한 수치다. 기금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갚아야 할 지방채 원리금 상환 규모가 더 커서다. 현재 지역개발기금이 안은 지역개발채권 미상환액은 1830억원에 육박하며, 이는 기금 전체 규모의 9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기금 본연의 목적인 지역 개발 사업 지원이나 지방공기업 융자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도시의 성장을 위한 '투자 동력 상실'이기도 하다.

여미전 예결특위 위원장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기금을 활용한 채무 관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102회 세종시의회 정례회 예결위에서 "내부 거래를 통한 예수금 원리금 상환이 626억원이나 증가한 것은 과거의 무리한 자금 조달이 현재의 재정 운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기금은 유동성 관리와 채무 정리에 치중되어 있고, 정작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비융자성 정책 사업 비중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자료=세종시의회

■ 정책성 기금 위축과 '유지형 예산'의 한계
통합기금과 지역개발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정책성 기금의 현실은 더욱 초라하다. 고향사랑기금, 양성평등기금, 식품진흥기금 등은 대부분 연간 예산 규모가 10억원 이하인 소규모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과 지출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의 필수 목적 사업만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안신일 위원은 이러한 소규모 기금들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촉구하며 현장 중심의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그는 "양성평등주간 행사나 농업발전기금과 같이 시민의 삶과 밀접한 기금들은 규모는 작더라도 그 목적이 명확히 달성되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모든 기금을 예치와 예탁, 원리금 상환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금별 목적에 맞는 적극적인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시의 올해 기금 운용은 위기다. 기금을 헐어 일반회계로 쓰고, 그 빚을 갚느라 다시 비상금이 마르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어서다. 6493억원 조성액은 외형상 수치일 뿐 실제 시가 자유롭게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시가 일반회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동성 공급 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지역 개발과 재난 대응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회복하기 위한 지출 구조조정, 즉 건전재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출처
• 2026년도 세종특별자치시 기금운용계획안
• 시의회 예결위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
• 시의회 제102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 2026년도 본예산 회계별 예산규모 및 기금조성현황

예결신문 /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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