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마르는 풀무원, 순이익률 0%대···신용평가 기준 부채비율 996%

백도현 기자 / 2025-01-23 20:20:44
풀무원이 과도한 부채와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사진=풀무원)

풀무원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 탓이다.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풀무원의 ’24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3960억원, 영업이익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29.3% 증가했다. 순이익은 219억원으로 전년 125억원에서 75.2%나 뛰었다.

하지만 재무상태는 상당히 열악하다. 부채비율은 321.1%나 되며 당좌비율은 52.1%에 불과하다. 단기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태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는 전환사채 및 채권형신종자본증권이 총 3255억원이나 돼서다. 이를 부채로 분류 시 부채총계는 2조229억원, 자본총계는 203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96.0%로 치솟는다. 

현행 회계법으로는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는 이를 부채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은 신종자본증권을 K-IFRS를 적용해 자본금으로, 또 이와 관련한 이자는 배당으로 인식해 이익잉여금의 감소로 회계 처리하는 경우, 이자 비용이 차입금 이자로서 손금산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풀무원의 경우와 같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건은 회사채와 같다는 입장이다.

즉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혼성증권으로, ‘하이브리드채권’이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장기인 점 ▲발행 시점 5년 뒤에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부여되는 점 ▲채권처럼 매년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풀무원은 ▲현재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일로부터 특정 기간 경과 시 변경금리로 변경돼 금리가 높아진다는 점 ▲금리 변동 적용 시점에 대부분 차환을 택했다는 점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의 목적이 자본 확충이 아닌 운영 자금 조달 때문이라는 점 등에서 부채로 인식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풀무원의 연결 기준 ‘24년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502억원이지만, 자본에서 차감되는 신종자본증권으로의 수익분배금은 112억원이다. 즉, 3255억원의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한다면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502억원, 세전이익 233억원이지만, 부채로 분류한다면 누적 금융비용은 614억원, 세전이익은 121억원으로 바뀐다. 

연간 추정치 기준으로는 2024년, 2025년 지배주주순이익은 225억원, 236억원으로 추정되나 연간 세후 신종자본증권의 수익분배금 추정 수치 146억원을 반영하면 자본 차감분 반영 지배주주순이익은 79억원, 89억원에 그친다.

특히 전환사채 및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해도 부채비율이 321.1%인 만큼 금융비용 규모가 상당해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간 괴리가 크다. 그럼에도 2020~2023년 보통주 현금 배당금 총액은 매년 38억원이었고 이익잉여금에서 상당한 금액이 신종자본증권 수익분배금으로 지급되고 있어 2020년 이후 풀무원의 이익잉여금은 감소 추세다. 

’24년 3분기 이익잉여금은 1535억원, 현금성자산은 1548억원에 불과하다. 총 8회의 전환사채 및 신종자본증권 중 풀무원(별도)의 72회, 풀무원식품(100% 연결 자회사)의 69회, 71회, 72회, 75회, 76회 채권형신종자본증권(총 2255억원)의 변경금리 적용 시점이 2025~2026년 중이다. 

가장 날짜가 가까운 풀무원식품의 72회, 75회 채권형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각각 오는 5월 30일, 10월 31일부터 ‘3년 만기 개별민평 수익률 + 가산금리 1.119% + 2.00% 적용’, ‘2년 만기 개별민평 수익률 + 가산금리 2.048% + 2.50% 적용’으로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올 1월 13일 기준, 민평 3사 기준 풀무원식품(A- 부정적)의 2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3.946%, 3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4.380%다.

자료=한화투자증권

수익률이 '발목'
재무 개선이 시급한 풀무원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에 발목을 잡혀서다. 

풀무원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률은 ▲’20년 1.99% ▲‘21년 1.53% ▲’22년 0.93% ▲‘23년 2.07% ▲’24년 추정치 2.65%로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여기에 과다한 금융 관련 비용 지출로 순이익률은 같은 기간 ▲0.51% ▲0.01% ▲-1.30% ▲0.45% ▲0.86%로 채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CJ제일제당, 동서식품, 삼양식품 등 동종 업계에서도 특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연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주주는 “순이익률이 1%도 안된다는 건 회사가 망해가거나 비리가 있거나 무능하다는 것”이라고 성토했고 또 다른 주주는 “풀무원이 사채 알아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며 “아무래도 유상증자 같은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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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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