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의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에서 벌어진 고위 간부의 폭력·폭언 추태가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한 제보자에 따르면 올 2월 우즈벡 법인의 최모 부사장은 Uz-Kor Gas Chemical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장시간 퍼부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공포에 떨며 이를 카메라에 담고 녹음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조사와 징계가 끝났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 회유 정황과 가해자·피해자 분리 미흡 논란이 겹치면서 법적·평판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제보자는 “현지 교민사회에는 이미 해당 사건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며 “재물손괴와 업무방해로 현지 사법당국에 고발 가능한 사안이었지만 회사 체면상 무마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확보한 10여분 분량의 녹취록은 최 부사장이 집기를 부수는 소리와 온갖 쌍욕을 퍼붓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한 직원이 이를 말리기도 했지만, 해당 간부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욕설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추정해 보면 최 부사장이 “미친 X끼, 지가 뭔데 나보고 뭘 체험하라고 하냐”고 수차례 소리친 것으로 보아 한 직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한 것에 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더 있다. 이 사건이 지역사회로까지 일파만파 번지자 최 부사장이 취한 회유 정황이다. 제보자는 “최 부사장은 피해자를 회유하며 본사에 ‘별것 아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낼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본지>에 “7월에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징계 및 귀임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발생 원인과 징계 내용을 묻는 질의에는 “사규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제보자는 “이 사람은 이전에도 파트너들에 대한 모함성 투서를 해 귀국시키는 등 간부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자였다”며 “그의 행태는 교민사회에까지 소문이 나서 주민들은 ‘우즈베키스탄 최대 프로젝트인 수르길 가스 프로젝트가 제대로 관리되겠냐’고 걱정한다”고 우려했다.

수르길 가스 프로젝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된 대규모 가스전 개발 및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이다. 한국-우즈베키스탄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평가되며 한국에서는 롯데케미칼과 한국가스공사, STX에너지 등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석유가스공사(UNG)가 참여했다.
수르길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활용해 가스화학 플랜트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36억 달러 규모의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가스화학 플랜트 단지 건설 사업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그동안 롯데제과,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월드 등에서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로 인해 ‘갑질이 롯데 문화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으며 과거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갑질 유형이 총망라된 ‘갑질 종합 백화점’”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한 노무사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사건은 단독 사건이 아니라 롯데그룹 전반에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이라며 “납품단가 후려치기, 비용 전가, 강제 철수, 회유 및 법적 대응 등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조직문화 차원의 개혁 없이는 근절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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