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상승 규정은 슬그머니 삭제⸱⸱⸱감사 청구자들 “절차부터 위법 가능성”

서울시의 역세권 활성화 사업이 ‘저개발 지역 위주 개발’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신세계가 강남에 매입한 부지를 대상으로 삼으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소유권 이전일과 사업지 지정일이 겹치면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신세계센트럴, 소유권 이전 당일 ‘역세권 개발지’로 지정… 공교롭나, 의도됐나
신세계센트럴은 2021년 5월 강남구 논현동 일원 이른바 '가구 거리' 부지를 매입하고 같은해 12월 14일 잔금을 완납, 소유권을 이전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교롭게도 그날 해당 부지를 포함한 논현역 일대를 역세권 활성화 사업지로 신규 지정했다.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은 도시 내 보행권 중심의 생활 인프라 확충과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것으로, 복합·고밀도 개발을 유도해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고 주택공급을 확대,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도시정비형 재개발과 연계한 실질적 성과 창출을 추진했다.
사업 범위는 역세권 범위가 승강장 경계로부터 250m에서 350m으로 확대됐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해당 일정을 두고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전에 정보를 알고 접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해당 정책 발표 당시 “비강남권 저개발 지역 중심으로 추진해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만에 그 방향은 바뀌었고 부동산 가격이 이미 높은 강남에 사업지를 지정하며 개발 인센티브까지 부여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고밀 복합개발이라는 명분만 남고, 서민주거 안정이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본래의 철학은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 용적률 300%→800% ‘폭풍 상향’⸱⸱⸱지가상승 방지 기준도 개정으로 무력화
신세계센트럴이 매입한 부지는 지정 전까지 용적률이 300%였지만 사업 지정 이후 800%까지 대폭 상향됐다.
게다가 과거엔 ‘지가 상승 방지를 위한 소유권 이전 제한 규정’이 있었지만, 이 부지의 지정 이후인 2022년 3월 해당 조항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감사 청구자들은 “정책적 기준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사전 포석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신세계 측은 “역세권 사업 대상 지정은 알지 못했고, 신청도 2024년 말에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사업은 누군가 지자체에 신청을 해야 지정이 가능한 구조인데, 이를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익명의 시행사 관계자는 “매입 당시 이미 역세권 사업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비강남권 위주라는 원칙은 있었지만, 강남권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결과적으로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강남 부동산 개발을 허용한 꼴이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계획 전문가들은 “정책 신뢰성 훼손은 물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읽힐 수 있는 위험한 행정”이라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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