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부 30조원 추경⸱⸱⸱‘속도’와 ‘안정성’ 균형 찾아야

백도현 기자 / 2025-06-20 12:13:19
어제(19일) 이재명 정부의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일러스트=예결뉴스)

어제(19일) 이재명 정부의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큰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결정에 세입경정 10조3000억원이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세수 부족 보전용’으로, 그간 전임 윤석열 정부가 세수 펑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했던 ‘대국민 기망’ 재정정책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정부’의 출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 역대급 추경이 탄생한 배경
올 1분기 -0.2%의 충격적인 역성장은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이었다. 수출이 16개월 연속 감소하는 동안 내수마저 사상 초유의 '트윈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12월 3일 내란사태 이후 소비심리의 위축이 지속되면서 민생 경제의 회복 속도가 크게 늦춰진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30조5000억원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은 2020년 COVID-19 대응 추경(약 35조원) 이후 최대 규모로, GDP의 약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번 추경의 특징은 '빠른 실행력'에 중점을 두고 있어, 예산이 확정된 후 60일 이내에 80% 이상이 집행될 예정이다.

■ 추경의 구조적 특징⸱⸱⸱민생에 ‘올인’
이번 추경의 재원은 19조8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핵심을 이룬다. 이로 인해 국가 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돌파하게 되는데, 이는 GDP 대비 4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기존 예산과 합치면 올해 총 국채 발행액은 154조6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의 국가 채무는 2016년 660조 원에서 불과 7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번 추경으로 그 증가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규모를 가진 해외 국가들의 국가 채무는 기축 통화국인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100%를 넘는 경우가 많아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는 반론도 많다. 문제는 채무의 액수가 아니라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다.

■ 지출 구조 분석···'소비 촉진'에 집중
추경의 20조2000억원 지출 확대 항목을 분석하면 정부의 위기 진단이 명확히 드러난다.

먼저 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2000억원이다. 전 국민 1차 15만원을 기본으로 차상위 30만원, 기초수급자 40만원이 책정됐으며 1차 집행 한달 후 2차로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추가 10만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상위 10%에는 15만원, 대부분 국민은 25만원, 차상위 40만원, 기초수급자 5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지급 방식은 지역사랑상품권(35%), 선불카드(30%), 유류/신용/체크카드(35%) 혼용이다.

다음으로 지역화폐 확대에 6000억원 투입이다.

특히 기존 7~10% 할인을 최대 15% 할인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지역화폐에 10만원을 충전하면 지자체가 1만원을 보태 총 11만원을 사용할 수 있던 것을 11만5000원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때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던 지자체를 정부가 보조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지역 상권 살리기’ 외에 정부는 SOC 투자에도 나선다.

먼저 건설·투자 확대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최근 한국 경제의 기초가 되는 건설 부문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탓이다. 이에 정부는 SOC 프로젝트 조기 착공을 유도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를 긴급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으로 신산업 및 중소벤처 강화에 1조2000억원을 들인다. AI·신재생에너지 설비 지원에 3000억원, 벤처·중소기업 지원에 9000억원이다.

이어 민생·취약계층 안정을 위해 5조원을 지원한다. 소액 채무를 탕감하는 것으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자 113만명이 그 대상이다.  

이를 두고 ‘도덕적 헤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무조건적 탕감은 아니다. 7년의 기간에는 지난 코로나 펜데믹으로 피해를 본 상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당시 정부의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정책으로 상인들은 큰 피해를 봤다. 더구나 당시 이들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실질적 지원이 아닌 ‘대출’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상인들만 애꿎은 피해를 당했던 게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은 국가재난 시 정부가 빚을 늘려 국민을 보호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개인이 빚을 떠안게 하는 구조”라며 “이는 국가 존재의 이유와 배치된다”고 지적해 왔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추경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수요 부족'으로 진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경제적 파급효과
이번 추경에 따라 단기적으론 경제 활력 제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3분기에 걸쳐 본격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지면서 연말까지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경의 약 3조원이 고용 지원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건설업 지원(2조7000억원)과 중소기업 지원(9000억원)은 특히 고용 흡수력이 큰 업종을 대상으로 실업률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추경은 2017~2019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유사한 접근법이지만 지원 대상과 금액을 더욱 세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소비 쿠폰의 경우 상위 10%를 제외한 계층에 추가 지원함으로써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자원이 집중되도록 설계됐다.

■ 하반기 경제 전망
이번 추경 효과로 3분기 성장률은 최대 0.7% 반등과 더불어 내수 소비는 2~3% 증가, 연간 성장률은 최대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쿠폰이 예상대로 소비를 자극하고, 건설 투자도 점차 살아나면서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찾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성장세가 충분히 강력하지는 않아 '저성장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소비 쿠폰의 효과가 예상을 뛰어넘고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고 IT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면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개선되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소비 쿠폰이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실질적인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약해지면 한국 경제는 성장 정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다.

김경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소비쿠폰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조정과 혁신 성장을 위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의 지원 규모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 속도와 안정성 균형 필요
정부의 30조원 추경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대한 과감한 대응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지속된 경제적 충격과 최근의 성장률 둔화를 고려할 때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 자체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한다.

문제는 속도와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다. 지나치게 빠른 재정 확대는 국가 채무의 급증과 물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노출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추경의 성패는 단순한 예산 규모가 아닌 정교한 실행이다. 

한 경제 평론가는 “소비쿠폰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물가와 금융시장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필요시 신속하게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진통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치료”라며 “이번 추경이 단순히 과거의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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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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