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원전 산업이 역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6년간의 부진한 실적과 높은 발전원가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 16년간 불과 2.5% 증가한 원전 발전량
2008년 기준 전 세계 운영 중인 원전 설비용량은 373GW였으며 총발전량은 2601TWh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설비용량 399GW, 발전량 2,667TWh로, 16년간 증가율은 각각 7%, 2.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원전 발전 비중은 15%에서 9%로 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성장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 중단, 미국·유럽의 노후 원전 폐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중국만 독보적 성장···기타 국가는 ‘역성장’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은 중국이 주도했다. 중국의 원전 설비용량은 2008년 9GW에서 작년 57GW로 533% 증가했으며 발전량은 같은 기간 65TWh에서 418TWh로 543%나 급증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원전 설비용량은 같은 기간 365GW에서 342GW로 되려 6% 감소했고 발전량 역시 2536TWh에서 2250TWh로 11% 감소했다.
이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이 다수의 원전을 가동 중단한 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레바, 웨스팅하우스 등 원전 리더 기업이 부도나며 시장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 계획은 많았으나 실현된 원전은 소수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원전 르네상스’ 이후 미국을 포함한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원전 건설 계획이 급증했다. 실제로 계획 중인 원전 용량은 2008년 109GW에서 2014년 199GW로 증가했으나, 올 7월 기준으로는 110GW 수준으로 축소됐다.
16년간 운영 중인 원전은 24GW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대부분의 계획이 착공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원전의 높은 발전단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인 라자드(Lazard)에 따르면 원전의 LCOE(균등화 발전비용)는 182달러/MWh로, 풍력(61달러), 태양광(50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정부 보조금 없이 시장 원가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높은 단가로는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가격경쟁력 확보가 원전 산업 재부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SMR 기술, 기대와 불확실성 공존
최근 업계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MR은 안전성·건설 효율성·소형 입지 적용 가능성 등에서 장점을 가지며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개발 및 투자에 나선 상태다.
다만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오히려 발전단가가 높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 원전 산업이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기존에는 원전이 기저부하 전원으로서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결합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원전의 환경적 장점과 에너지 안보 기능은 분명하지만, 타 발전원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여전히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SMR을 포함한 기술적 진보가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원전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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