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업체 현지 생산 공장 없어 관세 부과 시 수익 저하 예상
밸류체인 전반 수익 하락 가능성 내재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관세 전쟁은 배터리 제품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과세보다 완성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이차전지 수요를 위축시키고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 현지 생산 기반 갖춘 셀 업체, IRA 수혜와 공급 과잉 사이의 줄타기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셀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 정책에 대응해 일찍이 북미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덕분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추진 중인 다수의 미국 내 합작 및 단독 공장들은 2025년부터 2027년 사이에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배터리 시장이 자국 내 생산량만으로도 현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공급 과잉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능력 규모가 다른 국가의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은 관세 장벽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친환경 정책의 후퇴로 인한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는 현지 공장 가동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생산 기지 부재한 소재 업계⸱⸱⸱관세⸱단가 인하 압박 이중고
반면 양극재와 동박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에 직접 노출됐다. 이들 업체는 현재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전무하며, 여전히 국내 생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지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있으나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한 현지 거점 마련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셀 업체들도 핵심 소재의 상당 부분을 역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미국이 수입 소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셀 업체들의 원재료 비용이 상승하거나 소재 업체들을 향한 강도 높은 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소재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거나, 수익성을 희생하며 단가를 낮춰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는 셈이다.
■ 완성차 관세 리스크 전이⸱⸱⸱전기차 수요 위축에 따른 밸류체인 위기
더 큰 문제는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배터리 수요 자체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수입 차량 중 멕시코와 캐나다 생산 물량이 약 50%를 차지한다. 트럼프 정부가 이들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수혜를 노리고 멕시코 생산 비중을 높였던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특히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주요 전기차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주로 탑재되고 있어, 해당 차량의 판매 감소는 곧 국내 배터리 공급량 축소로 직결된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역시 치명적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약 1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으나, 이 물량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된 수출분이다.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협의 등의 절차로 인해 국내 생산 물량을 단기간에 미국으로 이전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관세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 → 전기차 수요 둔화 →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 → 배터리 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의 수익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한신평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입을 타격이 후방 산업인 배터리 업계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며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모델일수록 관세 리스크에 따른 수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소재 업계는 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미 현지화가 늦어진 측면이 있어 보편 관세 도입 시 즉각적인 원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며 "만약 미국이 수입 소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소재 업체들은 수익성을 희생하며 단가를 낮추거나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조속한 통상 대응과 함께 소재 기업들의 북미 진출을 위한 금융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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