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상승, 광물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여기에 4분기에는 재고자산 평가 및 폐기 관련 분기 손실 규모가 확대되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1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의 지난해 잠정기준 합산 매출액은 48.5조원으로 전년 대비 30.1% 감소했고 합산 영업이익은 -1883억원을 기록하여 적자로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AMPC(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제도) 수혜 금액은 얼티엄셀즈 2공장 가동 개시에 힘입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1조4800억원을 기록했으나 미국 내 신규 공장 가동이 없었던 SK온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2925억원을 기록했다. AMPC 효과를 제외한 합산 영업손실은 약 2조원에 달했다.
매출액이 감소하며 3사 평균 가동률은 60%로 떨어졌으나 CAPA 확장 투자는 지속되며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 여기에 4분기 불용재고 폐기 손실 금액도 더해지며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배터리 3사 의존도가 절대적인 배터리 소재 업체들 수익 또한 타격을 입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에스케이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4사는 지난해 합산 매출액 7.7조원으로 전년 대비 41.3% 감소했고 영업손실 271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재고자산조정 여파가 가중되며 매출 감소 폭이 커졌고 계획 대비 생산·납품물량 축소에 따른 장기·불용재고 폐기 및 평가손실 금액도 더해지며 분기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보조금 축소 등 정책 변경이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소비자자들의 실질 구매 가격이 상승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 확장도 지연될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 지속으로 고정비 부담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생산·투자를 제약하고 장기적 수익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배터리 업체들의 원재료 조달 비용과 양극재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동시에 증가,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국내 업체 대응 전략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올해부터 성장보다는 내실 위주의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수요 둔화 추이에 맞춰 신규공장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올해 가동 예정인 공장들도 생산개시 시점을 변경할 예정이다. 또한, 유휴 설비들의 경우 타 전기차 고객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LFP 배터리 생산용으로 적극 전환,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와 대규모 해외 신규공장 투자 마무리 등으로 올해 이후 투자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수요둔화, 판가약세,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큰 폭의 영업창출현금 확대는 당분간 쉽지 않다. 산업 전반의 재무부담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업체들은 자본확충이나 비효율자산 매각고 함께 제품 다각화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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