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강경 대응에 꼬리 내린 미국, 한국 등 만만한 우방국 때리기 급선회
韓 대선 앞둔 대행 체제 '조급한 성과주의'⸱⸱⸱차기 정부에 막대한 재정·외교적 짐 지울라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 전방위적으로 휘둘렀던 '상호관세' 칼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무뎌지는 분위기다.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세계 경제의 질서를 재편하려던 호기로움은 잦아지고, 오히려 자국 내에서조차 '미국의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거대 시장과 자원을 무기로 한 중국의 배짱 대응에 트럼프가 사실상 항복하면서 그 화살이 이제는 만만한 우방국, 그중에서도 '대통령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정조준했던 중국은 과거 무역전쟁의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초기 54%에서 시작해 245%까지 치솟은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에 대해 중국은 관세 경쟁을 멈추고 '급소'를 찌르는 방식으로 노선을 바꿨다.
중국이 꺼내 든 첫 번째 카드는 '희토류'다. 현대 산업과 첨단 무기 생산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의 대미 반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및 방산 업계는 즉각 마비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6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을 시장에 던질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은 미국 금융시장엔 공포였다.
특히 미국의 상징인 애플과 테슬라를 '인질'로 삼은 점이다. 아이폰 출하량의 95%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조에서 관세가 강행될 경우 아이폰 한 대 가격이 5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며 급히 꼬리를 내렸고, 주요 IT 품목에 대한 관세 적용 제외와 우호 조치를 약속하며 사실상 손을 들었다.
■ 만만한 우방국 때리기로 선회⸱⸱⸱트럼프 타깃 된 한국
중국과 EU 등 강대국들의 강경 대응에 부딪힌 트럼프는 그 분풀이 대상을 '말 잘 듣는 우방국'으로 돌렸다. 일본, 영국, 호주 등이 사정권에 들어온 가운데 트럼프가 가장 먼저 선택한 카드는 '행정부 공백' 상태인 한국이었다.
지난 14일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국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에 대한 상호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한 대행은 이를 두고 "직접 소통의 결과"라며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각은 싸늘하다. 90일이라는 짧은 유예 기간의 대가로 한국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커서다.
미국 측은 이번 통화 이후 한국에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가혹한 기후 조건과 천문학적인 투자비 탓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고개를 젓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서둘러 방미 길에 오르면서 한국이 트럼프의 재선 홍보를 위한 '현금 인출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국익"⸱⸱⸱임시 정부의 '투항' 경계령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정부의 행보가 지극히 정치적 목적에 기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정치적 위기 속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국익을 내던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트럼프는 현재 한국을 상대로 자신의 요구 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쇼핑'을 하려 한다. 다른 나라들은 시간을 끌며 트럼프의 패를 읽고 있는데 왜 우리만 먼저 매를 맞으러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50일 후면 물러날 임시 정부가 결정한 수조 원대의 사업과 방위비 협상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와 국민의 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자국 내 물가 상승과 기업 반발이라는 내부 저항에 직면해 시간이 흐를수록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알래스카 LNG 투자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덥석 받아 무는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그레이트 콜(한 권한대행)'이라는 자화찬이 아니라 국제 공조를 통해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하며 실리를 챙기는 차분한 대응"이라며 "현 정부의 조급증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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