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업계 ‘재무 체력 시험대’···‘속 빈 강정’ 되지 말아야

백도현 기자 / 2025-05-25 18:37:01
재무건전성 CATL 독주···SK이노 ‘경고등’
수익성 : 중국의 공격, 한국은 감가상각의 늪
격차 해소의 열쇠는 ‘자금 조달 전략’과 ‘미국 내 해법’
중국 셀 3사(CATL, BYD, CALB)가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대비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면에서 전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예결신문)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업황 둔화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의 불확실성,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겹치며 투자자들은 이제 기술 경쟁력만이 아닌 ‘재무체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 셀 3사(CATL, BYD, CALB)가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대비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면에서 전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재무건전성 CATL 독주···SK이노 ‘경고등’

부채비율, 유동비율, 순차입금비율 등 4가지 재무건전성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CATL이 전 항목에서 독보적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였으며 BYD과 LG에너지솔루션이 뒤를 이었다.

CATL은 작년 말 기준 순현금은 약 220억 달러에 달했으며 유동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이 모두 안정적이었다.

BYD는 138억 달러 수준의 순현금 보유로 2위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현금흐름 대비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부채비율 118.9%, 시총 대비 높은 순차입금 등 건전성에서 가장 뒤처졌다.

종합하면, CATL과 BYD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막대한 현금을 축적했으며 한국 업체는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균형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 수익성 : 중국의 공격, 한국은 감가상각의 늪

올해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수익성 비교에서는 CATL이 6개 지표 중 5개에서 1위를 기록했다.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EBITDA 마진, ROA, ROE 등에서 모두 우수한 수치를 보였다.

EBITDA 마진은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높은 편인데, 이는 감가상각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CAPEX 투자로 고정비가 누적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비이차전지 부문(정유·화학 등)이 많아 수익성 평가가 왜곡될 수 있으며 높은 이자 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들의 수익성은 회계상 EBITDA 수치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중국 대비 열세”라며 “이는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3사에 대한 시장 평가 투자 의견은 “적극 매수보다는 관망이 유리하다”며 ‘유보(Hold)’ 일색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시장 괴리율이 마이너스로, 목표가보다 주가가 더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재무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격차 해소의 열쇠는 ‘자금 조달 전략’과 ‘미국 내 해법’

전문가들은 한국 업체들이 지나치게 수익보다 외형 확대에 집착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IRA 보조금 정책의 향방,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JV 효율성, 자본시장 내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 등이 향후 국내 셀사의 투자 매력도를 가를 주요 변수다.

또한 감가상각이 끝나는 시점부터 수익성 회복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일부 기관은 내년 이후를 중장기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하기도 한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자칫 국내 셀사들이 ‘속 빈 강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 이차전지 업체들은 현재 ‘외형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다. 매출 성장세는 유지됐지만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경기 침체기나 기술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업계는 이제 규모보다 내실, 양적 팽창보다 질적 개선, 단기 투자보다 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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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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