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2026 대한민국 재정] ㊦ 자산 세제 개편 딜레마⸱⸱⸱부의 재분배 vs 성장 동력

김대성 기자

kds7@biznews.or.kr | 2026-03-30 21:27:28

상속세 최고세율 50% 유지 속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논란 지속
종부세 기본공제 9억~12억 상향⸱⸱⸱보유세 부담 완화 기조 뚜렷
법인세율 1%p 인상 및 국가전략기술 지원⸱⸱⸱세입 확충과 산업 육성 병행
2026년 대한민국 자산 세제가 상속세 완화와 조세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부의 대물림 심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공존한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대성 기자] 대한민국의 자산 세제가 '부의 재분배'라는 고전적 가치와 '경제 활력 제고'라는 실용적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섰다.

30일 예결신문이 정부의 '2026년 대한민국 조세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속세와 부동산 세제 전반에서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산가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나, 일각에서는 조세의 형평성과 부의 대물림 방지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상속세의 사회적 기능과 최고세율 논쟁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부의 집중을 억제하고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민국 상속세는 10%에서 최고 50%에 이르는 5단계 초과누진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 재산에 대해 적용되는 50%의 세율은 기업가들로부터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계는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가업 상속 공제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상속세가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는 공정한 출발선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속세의 양면적 기능에 대해 "상속세는 생전에 소득세가 충분히 과세되지 못한 자본이득에 대해 사후 보완 과세를 수행하며,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정책적 의의를 가진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세부담이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세제 변화: 종합부동산세 후퇴와 보유세 완화
부동산 세제는 과거의 '규제 강화'에서 '부담 완화'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2023년 세법 개정 이후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은 크게 완화됐다. 일반 대상자의 기본공제 금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한 2주택자까지는 중과세율이 폐지되고 일반 세율이 적용되면서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개편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고 징벌적 과세 논란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나, 세입 측면에서는 상당한 결손을 초래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세수의 절반 가량이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는 지방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되는 부동산교부세의 감소로 이어져 지역 재정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산 가액이 높은 주택 보유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면서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2026 대한민국 조세) 및 세법 개정안 재구성

법인세 체계 개편⸱⸱⸱미래 전략 산업 지원
법인세 분야에서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세율 인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액공제 지원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2026년부터 법인세율은 전 구간에서 1%p씩 인상돼 최고세율 25% 체제로 복귀했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급증에 대비해 법인세 수입을 확충하려는 조치다.

동시에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 핵심 전략 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여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세금을 더 걷으면서도 미래 먹거리 산업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는 '선별적 지원' 전략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세액공제 혜택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편, 2026년 대한민국 조세 보고서가 보여주는 자산 세제의 흐름은 결국 '성장'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있다. 감세를 통해 자산 시장과 기업 활동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파이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낙수효과가 예전 같지 않은 경제 구조에서 자산세 완화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 않다. 소득 대비 자산 가격이 급등한 현실에서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관대해질 경우, 노동의 가치는 하락하고 사회적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한 관계자는 "조세 정의는 단순히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부담의 원칙을 세우는 데에 있다"며 "자산 세제 개편이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통합을 위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폭넓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대성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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