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 2025 지방 재정 실태] ④ '세수 펑크'에도 멈추지 않는 축제 불꽃⸱⸱⸱전시성 토목에 멍드는 지방 재정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5-12-28 13:10:25
화성·부산 등 억대 가수 초빙·드론쇼 '펑펑'⸱⸱⸱"선심성 행정이 지방 재정 좀먹어"
"사후 평가 없는 축제는 예산 낭비⸱⸱⸱성과 미흡 시 즉각 폐지하는 일몰제 시급"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결손'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정 위기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성역이 있다. 바로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선심성 축제'와 '전시성 토목 사업'이다.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오는 교부세가 삭감되고 복지 예산이 줄어드는 비상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대 드론쇼와 가수 초빙 비용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결신문은 4부로 전국 지자체의 2024~25년 행사·축제 예산 집행 실태와 실효성 없는 랜드마크 건설 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 화성·김제·영동… 재정 자생력 없어도 축제에는 ‘진심’인 지자체들
27일 본지가 행안부 '지방재정 365'와 각 지자체의 2024회계연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관광객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소모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김제시다. 시 재정자립도는 9%대에 머물러 전국 최하위 수준이지만, 지역 대표 축제인 '지평선 축제'를 포함한 행사·축제 예산은 매년 수십억 원에서 백억 원대에 달한다. 특히 2024년 결산 기준, 시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축제 관련 홍보비와 용역비 지출을 줄이지 않아 시의회로부터 "민생 예산은 삭감하면서 축제 예산은 성역화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을 받았다.
충북 영동군 또한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군은 난계국악축제와 와인축제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재정 규모 대비 과도한 행사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다. 군 재정자립도는 10% 초반대에 불과하지만, 축제 시 유명 가수를 초빙하기 위한 출연료와 일회성 무대 설치비에 수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자체가 스스로 벌어들이는 세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준 교부세를 축제 불꽃으로 날려버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도 내에서 세수 규모가 가장 큰 화성시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작년 한 해 각종 축제와 행사비로 약 320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특정 축제에서 단 몇 분간의 드론쇼와 불꽃놀이에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시는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대중교통 보조금이나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재정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감액 편성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 오류라는 지적이다.
■ 신안·함양⸱⸱⸱랜드마크의 저주가 된 '황금상'과 '모노레일'
축제와 함께 재정 블랙홀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과시용 토목 사업'이다. 전남 신안군은 과거 수십억원을 들여 제작한 '황금 불상'과 '황금 박쥐상' 등 각종 조형물 사업으로 이미 수차례 예산 낭비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들이 완공 후에도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관리비와 보안 유지비를 잡아먹는 '하얀 코끼리(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것)'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남 함양군의 '대봉산 모노레일' 사례는 전시성 토목 사업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설했으나 잦은 고장과 사고로 운영 중단이 반복되면서 수익은커녕 매년 막대한 운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를 '관광 인프라'라고 주장하지만, 결산서상에 나타나는 적자 폭을 보면 결국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시설 유지비를 메꾸는 형국이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시설 관리비는 증가하는 재정의 경직성만 키운 꼴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 위원은 "지자체가 주장하는 축제 경제 효과는 대부분 부풀려진 통계"라며 "실제 결산서 상의 직접 수익률을 보면 투입 예산의 10%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수 펑크가 현실화된 지금, 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선심성 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지방 재정은 파산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축제 개최 시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B/C)을 강화하고, 성과가 미흡한 축제는 즉각 폐지하는 '축제 일몰제'와 지자체별 행사비 총액 한도제를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결신문은 마지막 5부에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 재정 준칙' 도입과 주민 참여 예산제의 실질적 활성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 출처
• 행안부 '지방재정 365' 2024~25회계연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사·축제 예산 편성 현황
• 주요 지자체 2024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서 및 기능별 결산 명세서
• 각 지자체의회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
• 감사원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분야 점검(행사·축제)' 감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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