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여성폭력 등 취약 영역 예산 비중 2.3% 불과···개선 요구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올해 정부의 성인지 예산 규모가 26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특정 영역에 대한 예산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성인지 예산안 분석 결과 고용과 돌봄, 소득 보전 등 전통적인 노동·복지 영역에 전체 예산의 80% 이상이 집중됐다. 반면 국가 성평등 지수 제고의 핵심인 의사결정 권한 강화나 여성 폭력 방지 영역의 비중은 소수점에 머물러 제도의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024회계연도 결산 분석: 집행률 97.9% 도달…부처별 편차 존재
먼저 2024회계연도 성인지 결산 대상 사업은 40개 중앙관서의 283개 사업이었다. 해당 사업들에 편성된 예산현액은 총 24조2509억원이며, 이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23조7453억 원으로 97.9%의 높은 집행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집행률 96.3% 대비 1.6%p 향상된 수치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총 368개의 성과지표 중 294개가 목표를 달성해 79.9%의 달성률을 보여 전년 대비 0.5%p 증가했다. 부처별로는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이 높은 달성률을 보인 반면, 교육부(61.5%), 국방부(73.3%), 보건복지부(70.4%), 고용노동부(56.0%) 등은 전체 평균 달성률인 79.9%를 밑돌았다.
특히 양성평등정책 담당관실이 설치된 부처들 사이에서도 성과 지표 달성 여부가 엇갈려 사업 관리의 내실화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6년 예산안 26조7933억 편성…3대 영역에 23조 집중
2026년도 성인지 예산안은 34개 중앙관서의 265개 사업을 대상으로 하며, 총 규모는 26조7933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작년 예산 25조7312억원 대비 1조621억원(4.1%) 증가한 규모이며 정부 총예산 대비 비중은 약 3.7% 수준을 유지했다.
분야별 예산 배분 현황을 보면 구조적 편중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개편된 국가성평등지수 8대 영역을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고용' 영역이 12조6574억원으로 전체의 47.2%를 차지했다. 이어 '돌봄' 영역이 6조479억원(22.6%), '소득' 영역이 4조8233억원(18.0%) 순이었다. 이들 3개 영역의 예산 합계는 약 23조5286억원으로 전체 성인지 예산의 87.8%에 달한다.
반면 '의사결정' 영역은 38억원(0.01%), '양성평등의식' 영역은 628억원(0.23%), '여성폭력' 영역은 5641억원(2.11%)에 불과했다. 이는 성인지 예산이 주로 일자리 지원이나 보육 급여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복지 사업에 치중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성평등 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자원 배분이 취약함을 나타낸다.
부처별 사업 격차 확대 및 성과 관리의 구조적 한계
중앙부처별 성인지 사업 규모를 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7조3525억원(14개 사업)으로 가장 컸으며 고용노동부가 7조3205억원(40개 사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부는 5조5959억원(33개 사업)을 편성했다. 예산 규모 상위 3개 부처가 전체 성인지 예산의 75.6%를 차지하는 셈이다.
한편, 성평등 추진 중점 사업으로 분류된 166개 사업의 성과지표 미달성 사유를 분석한 결과, 사업 자체의 결함보다는 구조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달성 사유 52건 중 '사업 및 분야의 특성'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 대상자나 신청자 감소(7건)', '거시적 환경 영향(3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공정·품질기술개발(R&D)' 등 이공계 및 기술 분야 사업에서는 특정 성별의 진입이 제한적인 산업 특성상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 수혜 비율을 넘어서는 정교한 성과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성인지 예산이 고용과 소득, 돌봄 영역에 집중된 것은 재정 지원이 실질적 삶의 질 개선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성평등 지수가 낮은 의사결정 권한이나 젠더 폭력 영역의 예산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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