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칼럼] 실리와 신뢰 사이⸱⸱⸱'트럼프 관세 시즌 2'를 대하는 한국의 생존법

김용대 칼럼니스트 / 2026-02-24 20:58:45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국제 통상 질서가 또 다시 혼돈에 빠졌다.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국제 통상 질서가 또 다시 혼돈에 빠졌다. 6대 3이라는 기울어진 의견으로 행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의 승리로 평가받지만, 현실 정치는 그리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어 전 세계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법적 정당성은 흔들릴지언정 트럼프의 '관세 칼날'은 여전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미 투자 전면 철회론이나 일본식 저자세 외교는 모두 경계해야 할 양극단이다.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대목은 일본의 행보다. 일본은 트럼프의 압박이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하고 52조원 규모의 투자를 선제적으로 이행했다. 이는 곧바로 주변국과의 공조를 무너뜨린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할 때는 동맹국들이 보조를 맞춰 공동의 협상력을 높여야 함에도 일본은 홀로 눈치 보기 식 투자를 단행하며 트럼프의 독주에 정당성만 부여한 꼴이 됐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대미 투자 특별법의 이행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전략적 보조를 맞추는 영민함을 보일 때다.

■ 무책임한 투자 철회론이 불러올 보복의 위험성
반대로 대법원 판결로 관세의 근거가 사라졌으니 3500억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당장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무책임하다. 국가 간의 약속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특히 상대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다. 만약 한국이 사정 변경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한다면 트럼프는 무역법 301조나 232조를 동원해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 핵심 산업에 상상 이상의 보복을 가할 것이 자명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약속을 저버린 약자가 감당해야 할 대가는 훨씬 가혹하다. 투자를 지키는 것은 굴종이 아니라 최악의 보복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약속은 지키되 속도는 조절하는' 유연성이다. 트럼프가 무역법 122조로 확보한 150일의 기간을 우리 역시 협상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투자 이행 의지를 천명하며 신뢰를 쌓는 동시에 국내 정치권의 재협상 요구를 지렛대 삼아 미국 측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고, 불확실성이 큰 분야는 행정 절차와 분석을 이유로 시간을 끌며 미국 내부의 정치 지형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실리적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실 우리가 통상에서 투자하기로 한 건 상호 관세를 내려주는 조건하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원인 무효가 된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살아간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인 무효니 재협상합시다'라고 한다 해서 그가 멈출까? 오히려 더 큰 보복을 할 것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투자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상업적 이익에 기반해 실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행정부의 남용에 대해 사법부가 독립성을 확보하는 큰 계기를 맞았다"며 "우리도 이에 맞춰 행정부는 안정적인 태도를 취하되 국회나 전문가 그룹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지렛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일본처럼 너무 앞서나가기보다 우리에게 유리한 투자부터 추진하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아 위기를 면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맞서 투자 철회나 맹목적 추종이 아닌 '행정적 절차 활용', '국회 지렛대 활용', '전략적 보조'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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