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용산 어린이공원은 조성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치적 치적과 졸속 행정, 정치적 대립이 점철된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국민 소통'을 명분으로 급조된 이 공원은 100여 년 만에 반환받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완전한 토양 정화 작업도 없이 개방하며 시작부터 거센 논란을 불렀다.
석유계 총탄화수소(TPH)와 중금속 등 심각한 오염 물질이 매립된 땅 위에 겨우 15cm의 흙을 덮고 잔디를 심는 방식으로 응급처치만 한 채 어린이들을 불러 모았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전 신원 조회 기반의 출입 통제 등 폐쇄적 운영으로 '시민 없는 정원'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지금은 일부 고가 아파트의 '내 집 정원', '공원 뷰', 즉 집 값 프리미엄에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다.
소통의 상징에서 졸속 오염 개방을 거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정쟁의 표적으로 전락한 용산 어린이공원은 장기적 도시 계획 없이 단기적 치적과 정치적 실리에 따라 도심 녹지 잔혹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용산 어린이공원 부지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주택난 해소를 명분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도심 속 소중한 녹지 공간과 역사성을 보존해야 한다며 배수진을 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면 충돌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라는 명분과 도심 환경 가치 수호라는 명분이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국민적 불안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도입 50년 분석 보고서가 던지는 화두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은 지난 50여 년간 난개발을 막고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 확산을 차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위성영상 분석 결과 수도권 중심도시의 도시화 비율이 1985년 약 7%에서 2020년 약 84%까지 치솟는 동안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물리적 경계를 유지하며 중심도시의 응집 성장을 유도했다. 자연환경 보전 측면에서도 지난 35년간 대도시권 수림 감소량의 약 89%가 구역 바깥에서 발생해 구역 내부의 숲과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원형을 지켜냈다.
특히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 도시공원의 휴일 방문객은 평일 대비 91.7% 급증했고 평균 체류시간도 84.2분으로 일반 도심 공원보다 길었다. 방문 반경 역시 일반 도심 공원보다 1.5~3.5km 넓어 개발제한구역이 단순한 '지나쳐 가는 녹지'가 아니라 시민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광역 주말 여가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도시의 녹지 공간이 단순한 토지 규제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공공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용산 어린이공원 논란처럼 공급 논리와 보전 논리가 극단으로 치달아 대립하는 과거의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지나친 보전 중심 규제가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저해했다는 지적과 함께 일방적인 해제와 공급 위주 정책이 공간 구조의 단절을 야기했다는 한계도 동시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극단적 이분법적 사고 방식으로는 복잡해진 현대 도시 문제와 주거 불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와 서울시의 녹지 보존 명분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실용적 타협안이다. 용산 부지 전체를 고밀도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거나 반대로 통째로 보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고밀 집중 개발과 고품질 공원 조성을 결합한 콤팩트 시티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즉, 개발 면적을 최소화하는 대신 주거 기능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확보된 부지에 대규모 광역 녹지 네트워크를 조성해 주거 안정과 환경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도입 50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조건적인 억제나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시의적절한 '성장관리'의 지혜다. 정부와 서울시는 소모적인 주도권 싸움을 멈추고 미래 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공간 계획 수립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용산이 갈등의 상징이 아닌 주거 공급과 도심 녹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명품 성장관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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