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성남시가 매년 막대한 순세계잉여금이 반복되며 재정 집행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성남시 2024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시는 총세입 4조7529억원, 총세출 3조7215억 원이라는 안정된 외형을 나타냈으나, 해마다 반복되는 '잉여금의 구조적 누적'이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성남시의 순세계잉여금은 ▲2020년 5325억원 ▲2021년 6048억원 ▲2022년 5793억원 ▲2023년 6473억원 ▲2024년 6555억원으로, 5년 평균 약 6039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재정 건전성의 결과가 아니라 연내 집행 지연과 잔액 반납, 단기예치 관행이 반복되며 쌓여 온 '느린 예산'의 증거로 읽힌다.
■ 5년 내내 이어진 '고착형 잉여금'
결산서 '최근 5년 세입·세출결산 현황'을 보면 순세계잉여금은 2020년 이후 5000억~6000억원대에서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 이는 예산 운용이 계획 대비 안정적이지만, 일정 부분은 집행이 늦거나 불가능해 매년 비슷한 규모의 재원이 남는다는 의미다.
결국 '올해 쓰지 못한 예산을 내년으로 넘기거나(이월)', '정산 후 남은 보조금을 반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순세계잉여금은 일종의 구조적 상수로 고착됐다.

일반회계만 놓고 봐도 2024년 명시이월 2019억원, 사고이월 895억원, 보조금 실제반납금 201억원, 순세계잉여금 3411억원이 잡혔다.
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926억원, 단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 5600억원도 일반회계 재무상태표에 반영돼 있다. 집행되지 못한 돈이 단기예치로 전환되는 관행이 수치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재정건전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 왜 매년 비슷한 규모가 쌓이나
시의 이 같은 행정 병목 원인으로는 ▲보상·설계·인가 지연 ▲연말 정산 집중 ▲보수적 세입 추계 ▲연말 단기예치 등 네가지가 꼽힌다.
먼저 '보상·설계·인가 지연'은 도시재생, 도로, 보상사업 등은 인허가 한 단계가 밀리면 전체 사업이 사고이월로 이어진다.
'연말 정산 집중'의 경우 국·도비 보조사업은 미집행 잔액을 반납해야 하므로 연말에 '반납성 불용액'이 집중된다.
'보수적 세입 추계'는 세입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전년도 이월을 크게 잡는 구조 탓에 예산현액 > 실제집행이 매년 반복된다.
'연말 단기예치'는 집행 지연분이 연말에 단기예금 형태로 묶이며 '유휴자금 확대 → 다음 해 순세계잉여금 증가'로 이어진다.
예산이 남는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신호만은 아니다. 2024년 결산에서 '도시재생 분야의 주요 사업(하이테크밸리 재생혁신사업, 청년친화형 거리 조성사업 등)'은 각각 2.3%, 5.7%의 집행률에 머물렀고 모두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사업 추진이 지연될수록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효과는 늦어진다.
지방재정학회 한 관계자는 "성남시처럼 자립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중앙정부 지침에만 의존하지 말고 내부 예산관리 시스템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며 "순세계잉여금이 매년 일정 대규모로 반복된다는 건 단기 예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향으로 '분기 관리'와 '성과 연동 예산'을 꼽으며 ▲분기별 목표 집행률 설정 및 공개 ▲착수 전 보상·설계 로드맵 선확정 ▲집행가능 범위 현실화, 협약 조정 ▲월별 캐시플로우 점검제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출처
• 성남시 2024회계연도 결산서Ⅰ(최근 5년 세입·세출결산 현황, p.14~15)
• 회계별 잉여금·이월금·반납금 세부내역
• 일반회계 현금·단기예금 잔액표
• 도시재생 사업 결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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