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한국의 첨단산업 수출 경쟁력이 2022년부터 3년 연속 중국에 뒤처지며 '기술 대한민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마저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한국이 '기술 선도국'에서 '추격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무역특화지수(TSI) 역전⸱⸱⸱한국의 비교 우위 상실
28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014년부터 올해(1~8월)까지 한국과 중국 양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TSI)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22년 TSI 20.2를 기록하며 중국(24.0)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TSI는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한국은 지난해 20.1로 하락해 중국(26.7)과 격차가 더 벌어졌으며, 올해(25.6)에도 중국(27.8)을 추월하지 못했다.
2014년만 해도 한국(29.9)이 중국(11.8)에 압도적으로 앞섰으나 불과 10년 만에 추세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는 한국 첨단산업이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 우위를 잃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 반도체 기초역량마저 중국에 추월⸱⸱⸱전 분야 위협
첨단산업 세부 분야별로 위기감은 더욱 높다. 중국이 원래 우위를 점했던 전기산업은 격차가 17.1p에서 63.2p로, 기계산업은 17.1p에서 39.7p로 각각 크게 벌어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분야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격차는 75.6p에서 6.3p로, 화학산업 격차는 43.9p에서 23.5p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한국의 '자존심'인 반도체 기술마저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과거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기술 등에서 우위를 점했던 한국은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반도체 분야의 기초역량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은퇴하는 임원들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반도체 기술을 배우고 있고, 이미 저가 반도체는 한국이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했다.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은 기업의 R&D 투자 격차다. 지난해 한국 첨단기업의 R&D 비용은 510억4000만 달러로, 중국 기업의 2050억8000만 달러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2013년 이래 R&D 연평균 증가율 역시 중국이 18.2%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한국은 5.7%에 그쳤다.
이정동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발전 전략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하며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규제 완화와 정부 주도 펀드 조성 등 기업 친화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도형 발전모델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경협은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를 연장하고 지정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특정 분야만 지원하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 대신, 일부 제한 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기술에 혜택을 주는 네거티브 지정 방식을 도입해 R&D 투자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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