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 된 ‘댐 건설 피해 지원금’···7개 지자체, 면장실 소파·가전제품 쇼핑 ‘흥청망청’

신세린 기자 / 2024-10-16 19:47:10
권익위, 안동시·제천시·청주시·춘천시·진안군·임실군·단양군 실태조사
지원금 207억 중 42억 이상 부실 집행···환수조치
단양군이 주민 생활기반 조성 대신 면장실에 구매한 소파. (사진=권익위)

[예결뉴스 = 신세린 기자] 일부 지자체가 댐 건설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국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소파나 복사기 등 집기를 구매하거나 심지어 피해 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주민에게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안동시, 제천시, 청주시, 춘천시, 진안군, 임실군, 단양군 등 7개 지자체의 최근 2년간 댐 주변 지역 지원사업 집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댐 건설 피해 지역이 소재한 57개 지자체에 거주 주민 소득증대사업, 생활기반 조성사업, 댐 주변 경관 활용 사업 등 명목으로 총 303억원을 지원했다.

이번에 적발된 7개 지자체에 지원한 금액은 207억원으로, 이 중 20%가 넘는 42억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적 외 사용이 약 4억8000만원, 절차 위반 19억원, 부실 회계처리 18억원 등이다.

A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생활 기반을 조성하는 데 써야 할 사업비 418만원으로 면장실 소파를 구매했으며 762만원 상당의 복사기와 117만원 상당의 탕비실 건조기를 주민자치센터 행정 업무용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B 지자체는 이미 마을회관이 있었는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마을회관 용지 매입에 1억2593만원을 썼다. 하지만 해당 용지는 매입 후 2년 넘게 방치 중이었다. 특히 건축물이 들어서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토지에 1억원을 들여 주차장 용지 매입에 사용하기도 했다.

C 지자체는 냉장고, 세탁기 등 24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구매해 배부했는데 이 중엔 지역주민이 아닌 외지인도 포함돼 있었다. 마을영농시설을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1700만원을 지출해 놓고 실제로는 외지인인 주민의 아들이 소유한 토지에 개인 거주 시설을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D 지자체는 농배수로 공사비 280만원으로 특정 주민의 사유지에 잔디를 심어줬으며 E 지자체는 댐 관련 지역발전기금 임차료를 지자체 공무원의 해외연수 전용차량 임차료로 쓰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금액의 80% 이상은 사업 심의·승인 절차 위반(약 19억원) 및 회계처리 부적정(약 18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관계 법령에 따라 지원사업협의회 심의·승인을 받은 사업에만 지원금을 지출할 수 있는데도 이런 절차를 위반해 지원금을 먼저 집행하고 승인은 사후에 받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F 지자체는 약 5000만원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사업을 승인받은 후 '마을공동 저온창고 설치'로 무단 변경해 자금을 사용했다. G 지자체는 약 1억원의 '환경정비 및 생태공원 준설' 사업을 승인받고 '공연장 무대 탈의실 설치' 등 다른 사업에 지원금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변경 계획은 이듬해에야 심의했다.

권익위는 이들 7개 지자체에 부당 사용액 환수 조치를 할 계획이다. 또 환경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해당 사업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는 댐 건설로 피해받는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지원금이 부실하게 집행되는 관행을 바로잡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의 혈세가 올바른 곳에 제대로 쓰이도록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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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린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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