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지출 대비 삭감률 70%로 '최고'
단순 사업 종료 등 '일몰 사업' 포함 논란⸱⸱⸱진정한 의미의 재정혁신성 검증 필요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정부가 2026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단행한 지출 구조조정의 세부 명단을 사상 처음으로 전면 공개했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발표해 왔으나, 구체적인 사업명과 삭감액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2026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총 23조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부처별 감축 폭의 격차가 크고 일부 사업은 단순 일몰에 따른 자동 삭감 성격이 짙어 실질적인 재정 혁신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융자 사업 축소한 국토부와 사업 일몰 반영한 금융위
부처별 구조조정 규모를 보면 국토교통부가 6조7000억 원을 감축해 전체의 29%를 차지하며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단행했다. 국토부의 구조조정 핵심은 주택기금 기반의 융자 사업이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에서 3조8000억원이 줄었고, '분양주택 융자'에서도 1조원이 삭감됐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와 전세자금 대출 부작용 방지를 위해 수요자 직접 지원 방식의 금융 정책을 속도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축 비율 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금융위는 전체 예산 1조6800억원 중 1조1800억원을 삭감해 무려 70.2%의 지출을 줄였다. 주요 항목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캠코 출자) 5000억원 감액과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프로그램(산업은행 출자) 2500억원 삭감 등이다. 다만 이들 사업은 대부분 기한이 정해진 한시적 사업이 종료되거나 출자가 완료된 '일몰 사업' 성격이 강해 정책적 결단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법정 의무지출 앞세운 행안부⸱⸱⸱0.2% 수준 형식적 구조조정 그쳐
지출 구조조정 실적이 가장 저조한 부처는 행정안전부로 나타났다. 행안부의 총지출 72조원 중 구조조정액은 1374억원으로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외교부가 전체 예산의 15.6%인 6700억원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축소 등을 통해 감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한 예산 규모는 작지만 18.4%의 삭감률을 기록하며 재정 효율화에 동참했다.
행안부는 지방교부세와 같은 법정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 구조조정 여력이 작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사한 구조를 가진 보건복지부가 법정 지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4400억원(0.4%)의 구조조정을 실행한 점을 감안하면, 행안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의무지출 비중이 높은 부처일수록 자체적인 경상 경비나 신규 사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 사업 종료와 정책 효율화 혼재⸱⸱⸱재정혁신 실효성 도마 위
이번에 공개된 구조조정 내역에는 순수한 정책적 우선순위 조정뿐만 아니라 사업 종료, 집행 부진에 따른 감액, 단순 명칭 변경 등이 혼재돼 있다. 지출 구조조정이 단순한 '숫자 맞추기'를 넘어 진정한 재정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사업의 질적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규모 예산을 운용하는 부처들이 일몰 사업을 구조조정 실적으로 포장하는 행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분석을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구조조정의 투명성이 확보된 점은 긍정적이나, 내실 있는 성과를 위해서는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개한 지출 구조조정 내역 중 상당 부분은 기한 만료에 따른 사업 종료 등 자연 감소분이 포함되어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회계적 삭감이 아니라, 관성적으로 집행되던 사업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지출 효율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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