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복지 예산 76.7%가 소비성 지원에 편중, 구조적 개선 투자 소홀
청년 일자리 133개 사업의 유사·중복성으로 인한 행정 효율 저하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26조2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2026년도 제1회 추경안의 핵심 목표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 경제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5조5000억원 규모의 민생 안정 대책을 수립했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에너지 복지 강화, 청년 일자리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국고 보조사업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한계치에 달하고 있으며 일회성 현금 지원에 치중된 예산 배분은 장기적인 경제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4조8252억원을 포함해 의료급여, 에너지바우처 등 대규모 증액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추경은 민생 경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2분기 내 80% 이상의 집행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다만 예산의 규모와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전달 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압박과 국고보조율의 역설
민생 예산의 핵심인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중앙정부가 70~80%를 부담하고 나머지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가 단기간 내에 추가로 확보해야 할 대응 지방비는 총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미 본예산 집행으로 인해 가용 재원이 고갈된 지자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재정 압박이다.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지급 대상자가 많아 지방비 부담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추진하던 자체 복지 사업이나 노후 인프라 개선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의 일률적인 국고 보조율이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방비 매칭 부담으로 인해 실제 지급 시기가 지연되거나 지자체별 재정 상태에 따라 지원 수준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추경의 본래 취지인 민생 안정이 퇴색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정책의 소비성 지원 편중과 자립 기반 부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으로 편성된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총 607억원 규모다. 분석 결과, 이 중 76.7%인 466억원이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분을 직접 보전해주는 에너지바우처와 긴급 연료비 지원 등 소비성 경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빈곤 가구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근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주는 단열 사업이나 고효율 기기 보급 예산은 23.3%인 141억원에 불과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재정을 투입해 임시방편으로 막는 방식은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장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이 외부 에너지 가격 변동에 견딜 수 있도록 에너지 자립형 구조를 구축하는 투자성 예산의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보전 중심의 예산 구조는 유가 변동 리스크를 매번 재정으로 떠안아야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청년 일자리 사업 내실화와 중복성 해소 과제
청년 일자리 및 창업 지원을 위해 증액된 1조9000억원의 예산 역시 정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이번 추경에는 18개 부처에서 133개 사업이 산발적으로 편성되면서 사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창업 지원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이 지원 대상과 방식에서 큰 차이가 없어 현장의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일배움카드 사업의 경우 2530억원을 추가 증액하며 지원 인원을 대폭 늘렸으나, 실제 첨단 산업 분야의 전문 훈련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집행 부진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숫자 위주의 인원 확대 성과보다는 실제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자료를 종합하면 이번 추경안은 고물가와 고유가라는 거대한 대외 파고 속에서 서민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긴급 처방이다. 그러나 지자체에 전가된 과도한 재정 부담과 구조적 고민이 부족한 현금성 지원 방식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국회는 심의 과정에서 지자체 보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일시적인 보전을 넘어 미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투자 예산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경안을 정교하게 보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6조원의 막대한 혈세가 소모적 비용이 아닌, 민생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기능하기 위한 입법부의 철저한 검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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