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 기자] 양주시가 2024년 한 해 총세입 1조4072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적으로는 '재정 1조 클럽'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지역 경제는 얼어붙었고 도로, 하천 정비 등 기반 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1일 양주시 2024년 결산서에 따르면 시는 곳간에 1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쌓아두고 제대로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집행부의 핑계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본지는 양주시의 2024년 결산서를 분석해 숫자에 가려진 재정 운영의 난맥상을 살펴봤다.
■ '식물 재정'의 민낯⸱⸱⸱1795억원이 멈췄다
작년 시 재정 결산에서 가장 눈에 띠는 지표는 단연 '잉여금' 규모다. 총세입(1조4072억원)에서 총세출(1조2277억원)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1795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세입의 약 12.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 1년 살림의 10분의 1이 넘는 돈이 금고 속에서 낮잠을 잤다는 뜻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월액'이다. 당해 연도에 집행을 마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긴 예산(명시이월, 사고이월, 계속비이월 포함)이 1122억원이나 된다. 이월액의 대부분은 도로 개설, 공원 조성, 도시 재생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대규모 투자 사업비다.
시는 매년 '불가피한 사유'를 들지만, 1000억원이 넘는 이월 규모는 예측 실패와 행정 추진력 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순세계잉여금 582억⸱⸱⸱"세금 더 걷었나, 일 안 했나"
이월금과 국·도비 반납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도 582억원(일반회계 275억, 특별회계 307억)을 기록했다. 순세계잉여금이 과다하게 발생했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첫째, 세입 추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서 시민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많이 거뒀거나, 둘째,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불용 처리한 사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500억원이 넘는 순세계잉여금은 그만큼의 행정 서비스가 시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사장되었음을 의미하는 '재정의 기회비용'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 해소나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쓸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가 막상 연말에는 수백억원을 남기는 모순적인 행태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 "지방채 120억 발행해놓고"⸱⸱⸱엇박자 재정 운용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채 관리다. 시는 작년 백석-양주역 간 도로 확포장 공사 등을 이유로 120억원의 지방채를 신규 발행했다. 빚을 내서라도 시급한 공사를 하겠다는 취지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재정에서는 1800억원 가까운 돈이 남았다.
이는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이자가 나가는 빚을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쓰지 못한 돈이 쌓여있는 '칸막이 행정'의 전형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해 여유 재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했다면 굳이 빚을 내지 않아도 됐거나, 적어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의회 질타 "관행적 이월·불용, 더 이상 용납 못 해"
시의회는 이번 결산 심사에서 집행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강력하게 질타할 태세다. 시의회는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이월과 불용 사태는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특히 예산을 따낼 때는 '시급하다'고 읍소해놓고 막상 배정받으면 '절차상 어렵다'며 묵혀두는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예고했다.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회계적 결산을 넘어 시민의 혈세가 왜 적기에 쓰이지 못했는지, 그로 인해 시민들이 겪은 불편과 손해는 무엇인지 따져 묻는 '정책 결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간단 요약
• 양주시 2024년 세입 1조4천억 돌파⸱⸱⸱결산상 잉여금 1795억, 재정 운영 비효율성 심각
• 도로 개설 등 시민 숙원 사업 지연으로 1122억 이월⸱⸱⸱순세계잉여금도 582억
• 막대한 잉여금에도 120억 지방채 신규 발행⸱⸱⸱'칸막이 행정' 도마 위
■ 출처
• 2024 회계연도 결산서
• 2024알기쉬운양주시살림
• 시의회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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