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과 LH 구조 개혁···부동산 시장 안정의 두 축

백도현 기자 / 2025-07-28 21:40:40
“부동산 공급이 해답 아냐···전세대출과 공공택지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일러스트=예결신문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공급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과연 공급 확대가 유효한 대책일까?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2.5%다.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이 부족한 건 아니다. 다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해서 모든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거나 주택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별 주택 수급 상황이 다르고 다가구주택이나 빈집, 외국인 거주, 노후 주택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해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공급이 아닌 수요 통제, 특히 전세대출에 대한 합리적 규제와 LH 구조 개혁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전세대출,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나
전세대출은 본래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올 초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받은 ‘소득 수준별 전세대출 비중’을 분석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세대출 규모는 190조원에 이르며 전체 대출 잔액의 63.7%는 상위 30%가 차지했다.

자료=중앙일보

이는 전세대출이 실수요자 보호보다 투기 수요, 특히 갭투자 확대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대출이 증가하면 전세금이 올라가고, 전세금이 올라가면 갭투자가 증가,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 구조가 된다”며 “전세대출은 공공기관 보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고소득층의 부동산 투자 기회를 보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한편으론,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들마저 전세 못 살게 하느냐”는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해당 데이터를 보면 고소득층 중심의 대출 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전세대출은 소득 수준에 따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을 통해 정밀하고 공정하게 차등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월세=손해’라는 프레임의 허상
전세 제도의 대안으로 월세 전환이 거론되면 흔히 “월세는 돈이 없어지는 구조”라는 반발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는 ‘대출 이자도 결국 비용’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특히 최근처럼 월세 수익률이 낮아지는 시장에서는 월세 전환이 오히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LH 사업 방식, 민간 기업에 혜택만 주는 기형적 구조
이제명 대통령은 최근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LH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보통 LH는 공공목적으로 농지 등을 수용해 택지를 조성한 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한다. 문제는 이 택지 매각이 ‘헐값 분양’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이 구조를 활용하는 데 능통한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분양수익률 33%를 기록했고,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호반건설은 지난 2023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23곳의 공공택지를 두 아들의 회사(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에 되팔았다. 화성 동탄·김포 한강·의정부 민락 등 알짜 부지가 고스란히 넘어갔다. 2세 회사들은 넘겨받은 공공택지를 개발해 5조8575억원의 분양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을 올렸다.

자료=광수네 복덕방

박시동 경제 평론가는 “이들은 고수익을 기반으로 언론사를 인수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 왜곡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LH 구조의 개혁 없이는 공공택지 개발의 이익이 국민이 아닌 민간 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도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언론과 건설자본의 거센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LH 사업방식에 대해 “LH가 민간의 땅을 수용하는 행위는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민간의 재산권 제한”이라며 “그 근거는 헌법 제23조 3항에서 말하는 ‘공공 필요’이고 여기서 말하는 공공 필요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나 산업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공이 민간 토지를 수용해서 조성한 택지를 다시 민간에 매각하면 그 토지 수용의 헌법적 근거인 '공공 필요'는 즉시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는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그 위에 집을 지어 팔든 상가를 지어 팔든 일단 분양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 계속 가격이 오르고 그 이익은 국민 일반이 아니라 건설사와 최초 분양자 및 그 이후의 소유자가 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매각형 택지공급 방식이 국민 주거 안정에 이바지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까닭에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은 항상 억울할 수밖에 없다. ‘왜 내 땅을 헐값에 강제로 사들여서 엉뚱한 사람 돈 벌게 하냐’고 반발할 수 있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 필요한 것은 아파트를 더 짓는 것이 아닌 부동산 금융과 택지 개발 구조를 정상화하는 정책”이라며 “전세대출 규제와 LH개혁, 이 두 가지가 부동산 가격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본질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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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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