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늪 벗어난 과기정통부 2026년 예산 23.7조 시대⸱⸱⸱비효율성 우려도

김지수 기자 / 2025-10-06 20:43:17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도 예산을 총 23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 중 R&D 예산은 전년 대비 약 23.6% 증가한 11조8000억원이다. 이는 정부 총R&D 예산 35조3000억원의 33.4%나 된다. 핵심 투자 방향은 AI·AX(인공지능 대전환)와 반도체·우주·바이오 등 NEXT 전략기술에 집중돼 있으며, 기초연구 예산도 복원됐다. 

정부는 예산 배분 방식을 ‘기초→혁신→신산업→전략기술’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형으로 재편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년도 낮은 집행률과 중복사업 문제, 민간 협력 미흡 등 구조적 한계가 남아 예산 확대가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성장 사슬 중심의 예산 재편
6일 정부 예산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성장 단계에 따라 재배치했다.

첫째, AI·AX 분야에는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 공공 기초모델 개발, 민간 생태계 확장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둘째, NEXT 전략기술 분야는 반도체·우주·바이오·이차전지 등 미래 주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확대됐다.

셋째, 기초연구 및 인재 양성 분야에서는 축소됐던 기본연구를 복원하고 장기·자율 연구 기반을 강화한다. 넷째, 디지털 포용·균형성장 분야에서는 지역 간 디지털 격차 해소와 생활밀착형 서비스 확산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단순 항목 나열이 아닌 기초→혁신→신산업→전략기술로 이어지는 ‘성장 사슬’ 관점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과제의 발굴에서 시장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정책 경로상의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다.

■ AI·NEXT 증액 주도···예산 구조의 무게 이동
AI 분야 예산은 1조200억원 늘어나며 전체 증액을 주도했다. NEXT 전략기술 투자는 5조9300억원으로 올해(4조6400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기초연구 예산은 2조7400억원으로 과제 수가 1만2000개에서 1만5000개로 늘어나 연구 기반 복원에 방점이 찍혔다. 균형성장 및 디지털 포용 관련 예산은 7400억원으로 올해 대비 27.6% 증가했다.

이 같은 배분은 정책 무게중심이 기초·탐색단계에서 기술 상용화와 신시장 개척 단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AI와 NEXT 두 분야만으로 전체 증액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국가 전략기술 확보와 글로벌 경쟁 대응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 정책 배경: 초거대 AI 경쟁과 공급망 재편
정부가 AI와 전략기술 투자를 대폭 늘린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경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부 환경이 자리한다. 초거대 AI 개발은 미·중·EU 등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로, 공공 부문이 기초모델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민간 주도 생태계가 한계에 부딪힌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또한, 반도체와 우주 분야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AI·NEXT 사업의 집행률 부진 ▲기초연구 복원에 따른 과제 중복 가능성 ▲민간 매칭 부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AI·NEXT 사업 가운데는 전년도 집행률이 60%대에 머문 사업들이 적지 않다. 단순 증액만으로는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기초연구 복원은 연구자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과거처럼 단기성과 중심의 과제 운영이 반복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전략기술 투자는 민간과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설계되지 않으면 부처별·사업별 ‘사일로화(사업단위나 브랜치별로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증상)’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 R&D 복원 이면의 비효율성 ‘우려’
과기정통부는 연구생태계 복원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기초연구 과제 수(1.2만개 → 1.5만개)를 R&D 삭감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양적 복원' 속에 비효율적인 예산 편성의 관행이 재연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먼저 ‘기본연구' 사업의 유사 부활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던 '기본연구' 사업이 2026년 예산안에서 다시 복원된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사업에 1150억원을 투입해 약 2000개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며 이는 생애기본연구 종료 이후 연구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폐지 당시부터 연구비 중복 및 단기성과 위주의 비효율성이 지적됐던 사업이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순히 연구자 '안전망'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예산을 복원한 것은 예산 규모를 채우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며, 진정한 R&D 구조조정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초연구의 '양적 팽창'으로는 기초연구사업 예산 4000억원 증액돼 2조7400억원이 됐고 신규 과제 수는 98.2% 급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급격히 늘어난 신규 과제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쉬운 소규모 과제에 집중돼 비전략적인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 A씨는 "지난해 삭감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정부 기조에 따라 연구 예산의 안정성이 언제든 훼손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며 "예산 증액에 앞서 연구 자율성이 존중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출신의 B 박사는 “과기정통부 R&D 예산의 고질적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목적형 예산'의 비중을 축소하고 연구자 스스로 과제를 선택하는 '자유공모형 기초 연구 예산'의 비중을 최소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비효율 사업에 대해서는 자동 일몰제를 적용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과기정통부 2026년 예산안 23조7000억, R&D 예산 11.8조원 편성···전략기술에 집중 투자
• 증액 과정에서 2024년 폐지된 '기본연구 사업'이 1150억 규모로 부활
• 비효율적 예산 구조 답습 사례 확인, '구조조정 미흡' 비판 제기
• 예산의 전략적 효율성 위해 '자유공모 기초 연구 예산' 비중 확대와 비효율 사업 자동 일몰제 도입을 통해 R&D 관리 시스템 혁신 촉구

■ 출처
• 과기정통부 2026년도 정부 예산안
• 2026년도 예산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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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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