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2025 예산 분석 ①] '세수 제로 성장'⸱⸱⸱잉여금 500억 수혈로 '청년·교통' 불씨 살렸다

김지수 기자 / 2025-05-14 20:01:01
1회 추경 포함 총 2조3885억⸱⸱⸱본예산 대비 5.7% 증액, 역대 최대 규모
순세계잉여금 495억 투입⸱⸱⸱없는 살림 짜내기
사회복지 예산 1조 돌파, 재정 경직성 심화⸱⸱⸱'청년 도시' ⸱ '교통 혁명' 고육지책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안산시가 전년도 순세계잉여금 495억원을 투입해 청년과 교통에 재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안산시의 2025년도 재정 운용 규모는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조3885억원이다. 이는 당초 본예산 대비 1288억원(5.70%) 증가한 수치로, 외형상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확장 재정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둔화로 인한 '세수 절벽'이라는 암울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자체 수입의 핵심인 지방세가 늘지 않는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시는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과 시민의 발인 '교통' 분야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 지방세 수입 증가 '0원'⸱⸱⸱잉여금 495억 원 '긴급 수혈'

14일 시 예산 자료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충격적인 지표는 단연 세입 구조다. 시 일반회계의 핵심 자체 재원인 지방세 수입은 5667억여원으로, 기정액(본예산) 대비 증감액이 '0원(0.00%)'을 기록했다.

이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취득세 수입이 급감하고, 관내 기업들의 영업 이익 감소로 지방소득세마저 정체된 탓이다. 사실상 시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여 쓸 수 있는 돈이 전년과 동일하다는 뜻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용 재원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이러한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가 꺼내 든 카드는 '비상금'이었다. 시는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전수입등및내부거래' 항목을 475억원(118.84%)이나 증액했다. 이 중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만 460억원을 일반회계에 투입했고, 기타특별회계의 잉여금 35억원까지 합치면 약 495억원의 잉여금이 이번 추경의 종잣돈이 됐다.

이는 안산시가 현재의 세입 능력으로는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과거에 아껴둔 돈을 헐어 쓰는 '고육지책'을 선택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세출의 선택: '청년'과 '교통'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이민근 시장은 '청년'과 '교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과감한 배팅을 했다. 이는 인구 유출을 막고 도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투자로 해석된다.

먼저 청년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청년기본소득' 사업에 도비 포함 총 93억4000만원을 배정해 청년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고자 했다. 또한,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에 22억7000만원을 투입하고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사업에도 1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이는 청년들이 안산에 정착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교통 분야의 투자 역시 눈에 띈다. 일반회계 기준 교통 및 물류 분야 예산은 1515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274억원(22.12%) 급증했다. 시는 시민들의 교통비 절감을 위한 'The 경기패스(대중교통비 환급지원)' 사업에 88억7000만원을 편성해 교통 복지를 실현하고자 했다.

또한,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교통사업 특별회계를 포함해 '주차시설 확충'에 총 156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신선어린이공원 지하주차장 조성공사에 시비 6억4000만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주택가 주차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도로 개설 및 확장에도 79억 원을 배정, 사동 석호공원로5길 확장공사 등 주민 숙원 사업 해결에 나선다.

자료=안산시

■ 1조원 공룡 된 '사회복지'⸱⸱⸱재정 경직성의 그늘

다만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비대해진 사회복지 예산이다. 일반회계 기준 사회복지 예산은 1조237억원으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48.51%를 차지한다. 이는 시가 쓰는 돈의 절반 가까이가 복지비로 고정돼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 분야 예산은 3352억원으로 전체 복지 예산의 32.7%에 달하며 기초연금 지급액만 1635억원에 이른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영유아보육료(619억원), 부모급여(335억원), 아동수당(265억원) 등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의무 지출의 증가는 시가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을 축소시켜 도시 기반 시설 투자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방 재정 전문가는 "2025년 안산시의 예산은 '세수 제로 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으려는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라며 "잉여금을 쏟아부어 청년과 교통 예산을 확보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받을 수 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산시가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반월산단 구조 고도화를 통한 법인세수 증대, 기업 유치 등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또한, 1조원을 돌파한 복지 예산의 효율성을 재검토하고, 관행적인 지출을 줄이는 강도 높은 재정 혁신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간단 요약
• 안산시 2025년 1회 추경 2조3885억⸱⸱⸱지방세 수입, 전년 대비 0% 성장
• 부족한 재원에 순세계잉여금 투입⸱⸱⸱청년 주거 지원, 대중교통 활성화, 도로망 확충에 집중 투자
• 사회복지 예산 1조원 돌파, 재정 경직성 심화⸱⸱⸱세입 확충, 지출 구조조정 시급 

■ 출처
• 2025년도 예산서
•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서

예결신문 /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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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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