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지구 온도 3.2도 상승' 시나리오 부합⸱⸱⸱27개 금융기관 투자 배제 '쇼크'
고로 수명 연장·삼척블루파워 등 '석탄 집착' 탈피 못하면 '재무적 재앙' 불가피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철강 산업의 심장이었던 포스코가 거대한 시대 전환의 흐름을 놓치고 헤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ESG 규제와 탄소중립 압박 속에서 포스코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석탄 기반 성장'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환경 단체 비판의 수준이 아닌, 국제 자본 시장이 포스코의 '기후 리스크'를 실질적인 재무적 재앙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의 본질은 매우 엄중하다.
■ 숫자로 증명된 시장의 냉대⸱⸱⸱글로벌 철강사 중 시총 하락 '최하위'
18일 기후 환경 단체 기후솔루션이 최근 발간한 <석탄에서 벗어나기: 포스코홀딩스 기후리스크 진단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무려 57% 증발했다. 이는 바오우철강, 아르셀로미탈, 닛폰스틸, 누코 등 경쟁 관계인 글로벌 주요 상장 철강사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탈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2022년까지 5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국내 대형 우량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2023년 2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28%까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자본이 포스코를 더 이상 '지속 가능한 투자처'로 보지 않는다는 강력한 경고다. 투자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주가 하락이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 기후 변화 대응 실패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 ESG 성적표의 몰락⸱⸱⸱'넷제로' 선언의 허구와 금융권의 외면
포스코홀딩스는 대외적으로 '2050 넷제로'를 선언하며 기후 위기 대응을 약속했지만, 실제 글로벌 평가 기관의 점수는 처참하다. S&P의 ESG 종합평가 점수는 2021년 지표 공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지속가능성 관련 9개 핵심 기준에서는 상위 철강사 평균보다 무려 43점이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진단이다. MSCI는 포스코의 전반적인 등급을 상향(BBB→A) 조정하면서도 탄소 감축 목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최하위 등급을 부여했다. 포스코의 현행 전략이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 상승 제한'이 아닌, '지구 온도 3.2도 이상 상승' 시나리오에 부합한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실제 '투자 배제'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전 세계 27개 금융기관이 포스코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2곳으로부터 배제된 것과 비교하면 포스코의 기후 리스크가 자본 시장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석탄 회귀' 오판⸱⸱⸱고로 수명 연장과 '삼척블루파워'라는 늪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행보는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 최근 노후화된 고로 2개의 수명을 연장하며 석탄 기반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신규 탄소 배출 투자를 지양하고 저탄소 설비로의 전환 속도를 높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철강사들의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회사를 통한 '삼척블루파워' 투자는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됐다.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연간 1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금융권에서는 이를 '좌초자산(Stranded Asset)'으로 인식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송전 제약 문제로 인해 가동률마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이앤씨의 지분 참여는 결국 그룹 전체의 재무적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 "재무적 건전성 훼손, 전면적 체질 개선 필수" 경고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현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신용 등급 하락과 자본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는 지난 3월 포스코 그룹 3사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철강 부문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탄소 중립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될 것이다. 자산 매각이나 비용 절감만으로는 기후 리스크에서 기인한 재무적 변동성을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솔루션의 한수연 연구원 또한 보고서를 통해 포스코홀딩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가 기록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극복하려면 철강 산업의 본질적인 기후 리스크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석탄 기반의 고로 수명을 연장하는 결정을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과감한 투자 전환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저탄소 이행 경로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전환금융만이 살길
포스코홀딩스가 다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국민 기업'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선언이 아닌, 데이터와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적인 무역 장벽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석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생존 전략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석탄 기반 고로 체제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글로벌 탄소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저탄소 생산 전략을 수립할 것. 둘째,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의 고도화와 상용화 시점을 앞당겨 저탄소 제품 공급망을 선점할 것. 셋째,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과감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환금융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
포스코는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기후 리스크라는 근본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한 자본 효율성은 '하나마나'다. 석탄을 과감히 끊어내지 않는다면 포스코의 기업가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말 그대로 신기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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