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어떻게 삼성전자를 추월했나⸱⸱⸱메모리 전쟁 향배는?

백도현 기자 / 2025-08-17 15:43:13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DRAM 시장 점유율은 36.3%로, 삼성전자(32.7%)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러스트=챗GPT))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991년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것이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DRAM 시장 점유율은 36.3%로, 삼성전자(32.7%)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은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점유율 41.5%를 기록했으나, 6개월 만에 8.8%p나 빠지며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양적 우위에 의존해 온 삼성의 전략이 AI 시대의 질적 경쟁에 밀린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 AI 붐과 HBM의 결합
이번 판도 변화의 열쇠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였다. HBM은 메모리를 3차원 적층 구조로 설계해 데이터 전송 경로를 넓히고 GPU와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학습·추론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NVIDIA의 GPU가 사실상 AI 연산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HBM은 ‘AI 반도체의 심장’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대 초반부터 HBM3 개발에 매진했고 세계 최초로 HBM3E를 양산해 NVIDIA에 공급하며 AI 시장 폭발적 성장의 직격 수혜를 입었다.

삼성전자도 HBM 기술을 보유했지만, 전략적 대응에서 뒤처졌다. 삼성은 대규모 DRAM·낸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원가우위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수요 변화를 예측하는 데 늦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NVIDIA와 일찌감치 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프리미엄 DRAM 시장’을 장악한 반면, 삼성은 주요 고객사 신뢰를 확보하지 못해 HBM 공급 비중이 크게 뒤처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양산 위주’에서 ‘선행기술 우위’로 체질을 전환하지 못한 것이 이번 추락의 본질”이라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HBM 라인 증설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차세대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고성능 패키징 기술(2.5D, 3D 적층)을 통해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인텔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 같은 선제적 전략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확대를 넘어 “AI 시대의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부여했다.

■ 향후 메모리 전쟁의 향배
양사의 경쟁은 단순한 DRAM 점유율 싸움을 넘어 AI·클라우드·슈퍼컴퓨팅 시대에 ‘메모리 표준’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라는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삼성의 반격이다. 삼성은 현재 HBM3E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엔비디아·TSMC 등 글로벌 공급망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삼성의 HBM 출하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으려면 품질·속도·파트너십 등에서 동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삼성의 오만이 부른 추락”이라며 “삼성전자가 33년간 지켜온 DRAM 시장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것은 단순한 점유율 변동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은 그동안 ‘양산 능력’과 ‘규모의 경제’에 안주해 왔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전환되는 순간에도 기존 DRAM 생산과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며 시장의 변화를 과소평가했다”며 “SK하이닉스는 적시에 기술 투자를 단행했고,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공급망의 심장부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추락은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국가 경쟁력 전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 반도체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이 여전히 ‘메모리 강국’이라는 위상을 지키려면 삼성은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