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집행이 무척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절차적 문제와 수요 예측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으나, 현장에서는 "가장 시급할 때 지원이 늦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중기부의 2025년도 중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총 15.2조원 규모의 예산 중 핵심 분야인 '소상공인 경영안정 자금 지원'과 '재창업 및 사업전환 지원' 예산의 집행률이 9월 말 기준 52.5%에 불과, 전년 동기 대비 5%p 낮아졌다.
이는 연말까지 목표치(약 90%) 달성에 비상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특히, '재창업 및 사업전환 지원' 사업은 집행률이 44.0%로 가장 낮아,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소상공인의 '새출발' 동력이 약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은 95.0%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기부가 2025년 예산 중점 목표로 설정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위기 극복' 분야의 주요 사업 집행 현황은 다음과 같다.

■ 까다로운 절차와 수요 예측 실패
'소상공인 경영안정 자금 지원'의 집행 부진은 주로 대출 심사 과정의 복잡성과 시간 소요에 기인한다. 자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까다로운 심사 조건(신용 등급, 담보 등)이 실질적으로 자금이 절실한 저신용·영세 소상공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창업 및 사업전환 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 전환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심리적 장벽과 함께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의 실효성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원 자격 요건이나 복잡한 신청 절차가 초기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신청이 몰리는 경향과 함께 예상치 못한 고금리 장기화로 신용 위험도가 높은 소상공인 대출 승인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현장에서는 '늑장 지원'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자금 지원을 신청해도 몇 달씩 걸려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를 찾게 된다"며 "지원은 가장 힘들 때, 타이밍에 맞게 이뤄져야 생존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 정작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예산 집행은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특히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경우, 낮은 집행률은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권에만 심사 책임을 맡기지 말고, 정책 자금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하고 신속한 심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실행 가능한 개선안은?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장 ▲경영안정 자금과 관련해서는 '신속 심사 트랙'을 도입해 일정 금액 이하 소액 대출에 대해 중기부와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 기관이 공동 심사 및 보증 비율 상향으로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 ▲재창업/사업전환 부분은 '수요자 맞춤형 컨설팅'을 강화해 일률적인 교육 대신 1대 1 재창업 전문가 매칭을 통해 점포 매각, 권리금 손실 최소화 방안 등 폐업 단계부터 실질적인 솔루션 제공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집행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 수혜자 만족도 지수'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단순 집행액 외에 실제 수혜자의 만족도를 측정해 예산 집행의 질적 성과를 평가하고 미흡한 사업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부는 이제 예산의 질적 집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위기 극복이 절실한 소상공인에게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책 설계와 절차를 과감히 개혁해 달라"고 요구했다.
■ 간단 요약
• 중기부 '소상공인 경영안정 자금 지원' 등 위기 극복 사업의 누적 집행률 52.5%로 저조
• 집행 부진 원인은 대출 심사 과정의 복잡성과 까다로운 조건⸱⸱⸱저신용 소상공인의 자금 접근 어려워
• 신속 심사 트랙 도입, 1:1 맞춤형 재창업 컨설팅 강화, 정책 수혜자 만족도 지수 도입 필요
■ 출처
• 중기부 재정행정담당관실
• 중기부 9월 주요 사업 예산 집행 실적 공시
• 나라살림연구소 '2025년 중앙정부예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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